▶ ‘페트로는 마약조직 수장’ 트럼프 언급에 현지 정부 강하게 반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로이터]
콜롬비아 외교부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신모독성' 언급 이후 주미 콜롬비아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고 20일 밝혔다.
로사 욜란다 비야비센시오 콜롬비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니엘 가르시아 페냐 주미 대사가 현재 보고타에 도착했음을 국민 여러분께 알린다"며 "이는 페트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미 콜롬비아 대사의 급거 귀국은 최근 4개월 새 두 번째 사례다. 앞서 지난 7월 초에는 양국 정부 고위층 간 설전 속에 서로 대사 또는 대사대리를 자국으로 소환한 바 있다.
이번 조처는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맹비난과 관련된 것으로 읽힌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페트로는 불법 마약 수장으로서 대규모든 소규모든 콜롬비아 전역에서의 마약 생산을 강하게 장려하고 있다"며 콜롬비아에 대한 마약 밀매 퇴치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적었다.
콜롬비아에는 이 지역 원주민 전통 재배 식물이었던 코카 농장이 협곡 일대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코카는 마약 코카인을 만들 수 있는 재료다.
미국 정부는 그간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협력 파트너로 삼고, 코카인 생산·유통 차단과 마약 밀매 카르텔 억제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 그 규모는 5억 달러(7천억원 상당)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022년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인 페트로 취임 이후 이듬해 한 해 동안 콜롬비아 코카 잎 재배 면적은 전년보다 되레 10% 증가했다. 이는 '생산' 억제보다는 미국 같은 '수요' 국가에서 마약 접근을 차단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페트로 대통령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서방 언론의 지적이다.
콜롬비아는 최근까지 남미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파트너 국가 중 하나였으나,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관계가 급격히 나빠졌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미국에서 출발한 이민자 송환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한 데 이어, 이에 격분한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표에 "우리는 나치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맞불 관세 부과로 맞서겠다고 나섰다가 강압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한 미국 정부의 맹공에 결국 9시간 만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7월에는 '페트로 대통령에 대한 축출을 위해 콜롬비아 전직 관료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지원을 모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 국무부가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페트로 대통령의 뉴욕 시위 참석을 '선동 행위'라고 문제 삼으며 그의 비자를 전격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마약 수장' 발언은 콜롬비아 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관측된다.
콜롬비아 외교부는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을 통해 연합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언급은 우리 국가원수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자 국가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콜롬비아 영토 내 불법 개입도 시사하는 등 국제법과 외교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외교부는 이어 "국권과 대통령의 존엄성을 수호하고자 모든 국제기구에 호소할 것"이라며 "국제 협력을 국내 문제에 간섭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