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 배상금 당겨주며 우크라 무기조달·방산지원에 집중
▶ 미러 정상회담 앞 ‘미국무기 더 사줄게’ 트럼프 붙들기 관측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의 미국 무기구매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제안을 미국에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EU 집행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러시아 동결자산을 활용한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대출하면서 가장 큰 부분을 무기 조달과 우크라이나·유럽 방위 산업 지원에 할애하기로 했다.
EU는 러시아가 언젠가 전쟁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보고 우크라이나에 일부를 미리 끌어다 주는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배상금 대출'을 지난달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인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는 러시아 자산 중 만기 도래로 현금화된 1천400억 유로(약 231조원)를 EU 집행위가 무이자로 차입한 뒤, 이를 다시 우크라이나에 무이자 대출금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외교 관계자들은 이번 제안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계속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EU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헝가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자 미국이 다시 러시아 편으로 기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를 유보했다.
그는 이달 16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전쟁이 끝난다면 토마호크 같은 무기 지원도 불필요하다면서 전후 미러 무역이 재개될 가능성에 기대를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미국이 무기를 수출할 추가수단으로 러시아 동결자산을 제시해 상거래적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유럽과 다른 동맹국이 더 큰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공급하되 비용은 전액 다른 나토 회원국들이 부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이라는 새로운 자금조달 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
EU의 보고서는 프랑스의 요청에 따라 유럽 무기를 선호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으나 미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추가 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다른 국제사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