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이와 회담서 내정개입 논란… ‘26일 총선? 2027년 대선?’ 해석 엇갈려

14일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미 내 '핵심 우군'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선거에 패배하면 아르헨티나를 돕기 어렵다"는 '외국정치 개입성' 원조 조건을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밀레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면서 "선거에서 패배하면 우리는 아르헨티나에 관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과 클라린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를 문제에 빠트린 극좌 세력과 경쟁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양국 협정은) 누가 선거에서 이기느냐에 달려 있으며, 승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석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우리는 밀레이 대통령과 그의 연정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미국의 지원은 강력한 경제 정책에 달려 있으며, 페론주의의 실패한 정책으로 회귀하면 미국은 상황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선거에서 승리해야 지원 패키지를 가동할 것'이라는 취지의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대체로 오는 26일 치러지는 상·하원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 지원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원 의원 24명(전체 72명 중 ⅓)과 하원 의원 127명(전체 257명 중 약 절반)을 선출하는 이번 10월 26일 총선은 임기(4년) 절반을 지나는 밀레이 대통령에겐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집권당 지지율이 좌파 성향 야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아르헨티나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양국 정상회담 전 미국의 강력한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상승세를 보이던 아르헨티나 주가(메르발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공개 직후 급변침해 하락 마감했다.
아르헨티나 채권시장 심리 역시 급속도로 악화했다고 클라린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부랴부랴 트럼프 대통령 언급 속 '선거' 시점에 대해 "2027년 대선을 말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 양국 정상 사진과 함께 "만약 아르헨티나가 2027년에 사회주의의 길을 따르며 퇴보한다면, 이런 일(미국의 지원)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정책 추진 방향과 정치적 스타일이 트럼프 대통령과 닮아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 직후 '전기톱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통해 한때 세자릿수를 넘나들던 아르헨티나 물가 지수를 1%대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보수 진영의 강력한 지원 의사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양국 간 200억 달러(28조원 상당) 규모 통화 스와프 체결 협상을 끌어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장치 없는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측근들의 부패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고, 지난 달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기도 했다.
남미 내 좌파 정부와 연계된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경계해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우파 세력 확장에 안간힘을 쓴 밀레이 대통령의 집권 기반 약화 가능성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