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지 vs 저지방 우유, 50년 연구가 밝힌 ‘중립적’ 진실

2025-10-13 (월) 12:00:00 By Walter Willett,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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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우유 다량 섭취자 심혈관 질환·사망률 증가 하루 한 번 정도 섭취는 심혈관 질환 영향 미미 견과류 같은 건강한 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

전지우유(whole milk)를 마셔야 할까, 저지방(low fat) 우유를 마셔야 할까? 정답은 아마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다. 나는 지난 50년 동안 영양학을 연구해왔다. 저지방 우유와 전지우유에 대해 알아야 할 핵심을 정리했다.

건강한 식단에서 우유와 유제품의 역할이 헷갈린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식이 지침은 하루에 최소 세 번 유제품을 섭취하되, 포화지방이 많고 심장병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저지방 제품을 권장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한 종합 연구는 지방 함량에 상관없이 우유, 요거트, 치즈 섭취가 심혈관 질환 위험과 ‘중립적인 관계’를 가진다고 결론지었다. 즉, 전지든 저지방이든 다른 음식과 비교했을 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더 높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안 보고서인 ‘우리 아이들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자 전략(Make Our Children Healthy Again Strategy)’도 이런 관점을 반영해 버터와 같은 전지방 유제품의 섭취를 장려하고, 특히 ‘씨앗유(seed oils)’보다 이를 우선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학교에서 전지우유 제한을 없앨 것을 제안했다.

정말로 수십 년간의 영양 지침이 잘못되었고, 최근 연구들이 저지방 유제품 권장을 뒤집고 있는 걸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핵심은 연구자들이 말하는 ‘중립적’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우유가 어떤 음식과 비교되었느냐에 달려 있다.

■ 전지방 유제품에서 저지방 제품으로의 전환

유제품의 지방은 포화지방 함량이 매우 높다. 전체 유제품 지방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필수 다불포화지방산은 매우 적게 들어 있다. 1960년대, 각국의 식이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1인당 포화지방 섭취량이 높을수록 심장병 발생률이 높다는 강한 상관관계가 발견되면서 포화지방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수십 건의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포화지방은 불포화지방과 같은 칼로리로 대체했을 때 총콜레스테롤과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수치는 모두 심장병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포화지방은 탄수화물과 비교했을 때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였다. 이로 인해 곡물 정제나 설탕으로 지방을 대체한 “저지방” 또는 “무지방” 가공식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런 대체 역시 다른 혈중 지질에 악영향을 주어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상쇄시켰다.

■ 유제품은 건강에 ‘중립적’일까?

수년간 수십만 명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들에 따르면, 유제품 섭취는 심혈관 질환 위험과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유제품 지방을 ‘중립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여기서 유제품은 대부분 건강하지 않은 다른 음식들과 비교되었다. 예를 들어 정제된 곡물, 당 음료, 설탕, 붉은 고기, 가공육, 부분경화유 등이 그 대상이다.


따라서 “심혈관 질환과 무관하다”거나 “중립적이다”라는 말은 단지 유제품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다른 음식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중립적’이라는 말이 유제품을 더 먹어도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견과류나 콩류 같은 건강한 식물성 식품과 비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 저지방 유제품의 이점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우유 지방 대신 섭취하는 칼로리가 역시 건강하지 못한 정제 탄수화물이나 설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견과류, 콩류, 통곡물로 대체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의 식습관은 이런 비교의 연속이다. 예를 들어 샌드위치를 만들 때 치즈, 땅콩버터, 살라미 중 무엇을 넣을지 선택한다. 최근 20여 년 동안의 연구들은 이런 일상적 선택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2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을 30년 이상 추적한 연구에서, 전체 유제품 섭취는 ‘중립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유제품 대신 견과류, 콩, 기타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한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과 사망 위험이 낮았고, 유제품 대신 붉은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위험이 높았다. 특히 전지우유를 많이 마신 사람은 심혈관 질환과 전체 사망률이 증가했지만, 저지방 우유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할 때 건강에 유익하다는 기존 연구들과 일치한다. 물론 음식의 전체적인 성분이 지방 조성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비슷한 연구에서도 유제품 지방을 식물성 지방(오메가-6 및 오메가-3 지방 포함)으로 대체할 경우 심혈관 질환 및 사망 위험이 낮아졌지만, 유제품 지방을 붉은 고기 지방으로 바꿨을 때는 오히려 위험이 증가했다.

■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조언

건강을 최적화하고 싶다면, 다음의 과학적 조언을 참고하라.

▲콩기름, 카놀라유,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불포화지방은 유제품 지방보다 장기적으로 건강에 더 좋다.

▲유제품을 섭취하고 싶다면, 발효식품인 요거트나 치즈가 가장 좋은 선택이다.

▲양도 중요하다. 하루에 전지유제품 한 번 섭취 정도라면 심혈관 질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즉, 하루 한 번 정도는 큰 차이가 없다.

▲저지방 유제품을 선택할 경우, 빠진 지방을 무엇으로 대체하느냐가 중요하다. 설탕이나 정제전분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대신 식물성 지방이나 견과류처럼 건강한 지방 또는 단백질원을 택하라.

▲전지우유는 지방 3.25% 이상, 저지방 우유는 1~2%, 탈지우유는 약 0.5%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지방이 제거되더라도 영양소, 비타민, 미네랄은 동일하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유제품을 과도하게 늘리기보다는, 견과류, 콩, 기타 식물성 단백질을 우선하라. 우유 한 잔을 더 마시고 싶다면, 당이 적게 들어간 두유를 고려하라.

<By Walter Willett,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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