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는 속담이 있다. 나이 지위 신분 학벌 부 등 살아 있을 때 순서를 정하곤 하는 것들이 갑자기 의미가 없어지고, 어느날 도둑처럼 찾아드는 것이 죽음이다. 아직 죽기에는 너무 이른 사람, 평소 건강을 확실히 챙기던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곤 한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 하나 분명할 뿐, 순서를 알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그렇다해도 죽음을 앞당기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미국의 심장전문의인 산자이 보즈라지 박사는 그것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심장마비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한 가지 의구심을 가졌다. 환자들 중 많은 이들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평소 건강을 잘 지킨다고 믿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동맥이 막히거나 신진대사 기능장애, 심장마비 등 중증 심혈관 질환자로 병원을 찾게 된 건 왜일까?
이들 환자를 치료하면서 그는 한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그들이 매일 선택해서 먹는 음식에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에서 아무 생각 없이 흔하게 먹는 음식들이 문제였다.
이들 해로운 음식이 경고는커녕, 종종 ‘심장 건강’ ‘식물성 성분’ ‘저 지방’ 같은 그럴듯한 문구로 포장되어 팔리고 있는 것이 현실. 아울러 이런 애매한 문구들 뒤에 숨어있는 성분들이 염증을 유발하고 혈당을 치솟게 하며 소리 없이 동맥을 상하게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심장전문의로서 그는 누가 돈 주고 먹으라 해도 절대 안 먹을 음식 9가지를 꼽았다. “그 음식들이 심혈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직접 눈으로 봐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하나같이 대단히 대중적인 음식들이다.
첫째는 아침에 눈뜨면 먹는 달달한 시리얼. 조리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대부분은 본질적으로 디저트라고 그는 지적한다. 설탕 덩어리 도넛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먹자마자 혈당이 치솟고 인슐린 과다분비, 신진대사율 극대화 현상을 초래하면서 장기적으로 혈관계를 손상시킨다. 인슐린 저항, 만성피로, 심혈관 합병증 환자들이 모두 이런 아침 식사습관과 연관이 돼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시리얼은 당장 버리고 싱싱한 딸기나 블루베리 등을 얹은 오트밀로 바꿀 것을 그는 권한다.
둘째는 점심식사로 먹는 델리용 고기 샌드위치. 바쁠 때 이보다 편한 음식이 없다. 하지만 이들 샌드위치용 고기는 장기보존을 위해 보통 질산염을 써서 가공하는데 그게 몸에 들어가면 발암물질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먹을 경우 발암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혈압을 상승시키고 장기적으로 동맥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델리 미트 대신 직접 터키나 닭 가슴살을 구워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게 최선.
세 번째는 오후에 피곤하면 들이키게 되는 탄산음료와 에너지 드링크. 몸속에 염증 유발 혼합물을 쏟아 붓는 셈이다. 대신 스파클링 워터에 레몬을 넣어 마시거나 아이스 허벌 티를 마시도록.
넷째는 오후나 밤중에 출출하면 먹게 되는 튀김 류. 맛은 있지만 프렌치프라이, 콘도그 등 튀김 류에 쓰는 산업용 종자유가 문제다. 그게 고열에서 산화하면서 독성 부산물을 형성, 고혈압 뇌졸중 심장마비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튀김 대신 올리브나 아보카도 오일을 써서 오븐에 굽는 게 좋다.
그 외 그가 지적한 나머지 5가지는 흰 빵 흰밥 등 정제 탄수화물, 마가린이나 가짜 버터 스프레드, 초가공 식물성 고기, 염분 잔뜩 든 통조림 스프, 달달하게 가미한 커피크리머 등.
만성질환은 유전으로 생기는 게 5%, 90%는 먹는 데 따라 생긴다고 한다.1년 365일 몸에 해로운 음식들을 먹는다면 그게 죽음을 앞당기는 것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밥상을 보면 거의 수명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