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DC 자문위 새 권고안 내놔… “고령자·고위험군에도 비권장”
▶ 백신 정책 혼란 가중될 듯… “백신 불신 조장하는 노골적 시도” 비판

지난 4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노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로이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19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누구에게도 권장하지 말고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존 위원을 전원 해임하고 직접 선정한 새 자문위가 코로나19 백신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권고를 내놓으면서 백신 접종을 둘러싼 미국 내 혼란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자문위는 이날 투표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65세 이상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도 권장하지 않는다는 권고를 확정했다.
자문위는 대신 개인이 의사와 간호사, 약사와 상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접종 여부를 결정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이같은 권고는 전례가 없다고 AP는 전했다.
자문위는 또한 CDC가 제공하는 백신접종 안내서에 코로나19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더 강한 표현을 추가하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서는 의사 처방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권고안도 이날 논의됐으나 과반이 반대함에 따라 부결됐다.
자문위의 이번 권고는 미국의 기존 코로나19 접종 지침과 배치된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처럼 가을철 정기 에방접종으로 권장됐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회 투여된 백신의 안전성은 입증됐다는 의료단체들과 백신 제조사들의 판단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불신을 드러내 온 케네디 장관이 취임 후 국가 백신 정책 재편에 나서면서 코로나19 백신에도 불똥이 튀었다.
식품의약청(FDA)은 이미 지난달 기저질환이 있거나 65세 이상만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폴 오핏 백신교육센터장은 "좋은 소식은 누구나 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고위험군에 속하더라도 접종을 권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숀 오리어리 미국소아과학회 감염병위원장도 이날 자문위 토론에서 백신에 대해 불신을 조장하려는 노골적인 시도가 있었다면서, "이는 미국 아동에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 6월 자문위원 전원을 해임하고 자신과 비슷한 백신 회의론자들을 그 자리에 앉혔고, 'CDC 개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수전 모나레즈 CDC 국장도 해임했다.
CDC는 관례대로 자문위의 권고안을 곧바로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권고안은 미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지침이 되고, 건강보험사의 보험 적용 여부도 좌우하게 된다.
하지만 백신 권고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면서 미국의 일부 주는 CDC와 FDA와는 별개로 자체적인 백신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미국 내 의료보험사를 대표하는 미국건강보험계획(AHIP)도 최근 회원사들이 2026년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계속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문위는 이날 '신생아는 출생 직후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한다'는 CDC의 오랜 지침을 폐기할 것인지도 논의했으나 결정을 연기했다.
자문위는 전날 4세 이전에는 MMRV 혼합백신을 접종하는 대신 MMR(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과 수두 백신을 각각 접종하게 하라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