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엔비디아, 인텔에 50억 달러 지분투자…차세대 칩 공동 개발

2025-09-18 (목) 10: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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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인텔에 50억 달러 지분투자…차세대 칩 공동 개발

엔비디아와 인텔[로이터]

미국 인공지능(AI) 대장 기업 엔비디아가 18일 인텔에 50억 달러(약 6조9천320억원)를 투자하고 PC·데이터센터용 칩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협력에는 인텔이 엔비디아의 칩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인텔 보통주를 주당 23.28달러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전날 종가(24.90달러)보다 낮지만 지난달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취득하며 지급한 주당 20.47달러보다는 높은 금액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엔비디아는 인텔 지분 4% 이상을 보유하며 주요 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발표에서 파운드리 계약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대목으로 지적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애플, 퀄컴과 같은 대형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인텔은 다만, 차세대 PC 칩에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을 탑재해 AMD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자사 프로세서를 제공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AI 칩을 대규모 클러스터로 묶어 제공하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반 연산을 담당할 중앙처리장치(CPU)가 필요하다.

이번 투자 결정은 경쟁사들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엔비디아의 핵심 생산 파트너인 대만 TSMC는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최대 고객을 인텔에 빼앗길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자사 칩 생산을 인텔에 위탁할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PC 칩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해온 AMD 역시 엔비디아의 지원에 힘입은 인텔의 부상으로 입지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역사적인 협력은 엔비디아의 AI와 가속 컴퓨팅 기술을 인텔의 CPU와 방대한 x86 생태계에 긴밀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두 세계적인 플랫폼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함께 생태계를 확장하고 다음 시대 컴퓨팅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젠슨 황과 엔비디아 팀이 인텔에 보여준 신뢰에 감사하며, 앞으로 고객을 위한 혁신에 함께 나설 것을 기대한다"며 "인텔의 x86 아키텍처는 수십 년간 현대 컴퓨팅의 토대였으며, 앞으로도 미래의 워크로드를 지원하기 위해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인텔의 이번 협력은 컴퓨터 산업 내 권력 구도가 크게 변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평가했다.

한때 반도체 왕국이었던 인텔이 과거 주변적 역할에 머물던 엔비디아로부터 자금과 최첨단 기술을 동시에 공급받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인텔은 한때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했으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고전해왔다.

수년간의 사업 회생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이번 지원은 인텔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57억 달러를 지원받고,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엔비디아의 투자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엔비디아의 인텔 투자 소식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주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 동부시간 이날 낮 12시 33분(서부 오전 9시 33분)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3.55% 올랐고, 인텔 주가는 28% 급등하며 32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AMD 주가는 2.7% 내렸다. 장중 5%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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