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크 암살 빌미… 트럼프 ‘좌파와의 전쟁’ 여론몰이

2025-09-1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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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쇼 진행한 밴스 “좌파가 배후” 지목

▶ 백악관 부비서실장 “색출에 정부 총동원”
▶ ‘테러 조직’ 낙인 시도에 정적 탄압 의심

커크 암살 빌미… 트럼프 ‘좌파와의 전쟁’ 여론몰이

마이크 존슨(앞줄 가운데) 연방 하원의장이 지난 15일 연방 의사당에서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피격 사망 사건을 좌파 진영 소탕 빌미로 활용하고 나섰다. 범행 동기가 아직 규명되지 않았고 폭력이 좌파의 전유물이 아닌데도 정치적 목적으로 다짜고짜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J.D. 밴스 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커크가 생전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 ‘찰리 커크 쇼’의 마이크를 2시간 동안 대신 잡았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성장해 온 좌파 극단주의라는 믿기 힘들 정도로 파괴적인 운동이 찰리가 암살자 총탄에 살해된 이유 중 일부라 믿는다”며 작심하고 진보 진영을 겨눴다.

밴스 부통령은 커크가 총격으로 숨진 10일 9·11 테러 24주기 추모 뉴욕 행사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사건이 발생한 유타주로 날아가 시신을 부통령 전용기에 싣고 애리조나주로 직접 옮겼을 정도로 커크와 각별한 사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밴스 부통령이 낙점되는 데에 커크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쇼에 함께 출연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행동 대장’을 자임했다. 이번 사건을 비정부기구(NGO)에 의한 조직화한 ‘국내 테러 운동’의 하나로 규정하며 “우리는 법무부, 국토안보부, 정부 전반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이 네트워크를 식별·방해·해체·파괴하고 미국 국민을 위해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색출 작업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 복수의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장관 등 고위 각료들이 보수 진영을 향한 폭력에 자금을 대거나 그것을 지지하는 단체를 파악하기 위해 작업 중이며, 목표는 폭력으로 이어진 좌파 단체 활동을 국내 테러로 분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커크 암살 용의자인 타일러 로빈슨의 범행에 조직적 배후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로빈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게 현재 경찰의 판단이라고 짚었다.

정권의 진짜 의도는 ‘반 폭력’에 있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연방 상원위원은 전날 엑스(X)에 “커크 암살이 정치 폭력에 맞서도록 미국인들을 단결시킬 수 있었지만 트럼프와 그의 반민주주의 급진주의자들은 (폭력이 아니라) 반대 의견을 파괴하기 위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선동 목적은 지지층 결집일 공산이 크다. 전 사회적 추모 분위기 확산도 같은 목표인 것으로 짐작된다. 밴스 부통령이 진행한 이날 팟캐스트 쇼에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참모·각료가 대거 동원됐다.

숨진 커크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애리조나주 NFL 스테디엄에서 열리는 커크 추모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백악관 문답에서 커크에 대해 “그는 청년들을 끌어들이는 자석 같은 존재였다”며 “아마 그 스테디엄은 꽤 붐빌 것이고 어쩌면 만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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