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취업시장은 최근 몇 년간 과거의 통념이 완전히 무너지고 새로운 채용 패러다임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IT 기업은 물론, 전통적인 포춘 500대 기업들까지 채용 기준을 바꿔 인재를 선발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서 자리잡고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함에 있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변화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는 AI 분야의 기술 발전과 경기 변동이 맞물리면서 신규 졸업생들은 취업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달 10일 P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신규 졸업자 채용 공고는 15% 감소한 반면 지원자 수는 30%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AI가 반복적이고 단순한 초급 직무를 대체하면서 기업들은 신입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잡스캔(Jobscan) 조사에 의하면, 포춘 500대 기업의 97.8%가 이미 AI 기반의 자동화된 채용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원자가 제출한 이력서는 이미 더 이상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AI가 미리 설정된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선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AI 챗봇이 후보자들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답변을 분석해 다음 단계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지난 6월 컨퍼런스에서 만난 IBM의 한 채용 전문가는 "이제 지원자들은 AI 시스템을 통과해야만 사람 면접관과 마주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국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실질적인 역량이다. 과거에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고 학점이 얼마였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지원자가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어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되었다. IBM,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학력보다 실무 역량을 중시하는 ‘역량 기반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대학 시절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턴십은 단순한 스펙 한 줄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 지식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직무 적성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한 취업 컨설턴트는 “인턴십 경험이 있는 지원자는 그렇지 않은 지원자보다 최종 합격률이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우리 대학의 한 학생은 IT 관련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회사에서 진행한 웹사이트 개발 인턴십 경험 덕분에 대기업 IT 부서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면접에서 인턴십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협업 능력과 문제 해결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이것이 면접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둘째,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의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학과 수업 외에도 온라인 강좌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이를 활용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지원자의 깃허브(GitHub) 계정이나 개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실제 코딩 실력과 결과물을 직접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단순히 기술적 역량뿐 아니라, 자발적인 학습 의지와 주도성을 높이 평가한다.
셋째, 소프트 스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에는 오히려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 즉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링크드인(LinkedIn)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인재는 ‘AI 활용 능력'과 더불어 ‘문제 해결, 협업, 적응력, 공감능력'과 같은 사회적이고 인간적 역량을 겸비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회 활동, 팀 프로젝트, 혹은 자원봉사를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경험을 쌓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부모님들께 당부하고 싶다. 자녀의 취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보다 자녀가 스스로의 흥미와 강점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길을 탐색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자녀에게 특정 직업을 강요하기보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함께 탐색하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실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직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부모의 현명한 지지와 격려는 자녀가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단단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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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호 제임스 메디슨대 교육공학 교수,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