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를 ‘행정 수반 대행’으로 지칭…우크라 반발 “농락”
▶ “영토 대가 안전보장 논의한 적 없어”…트럼프 ‘작당모의’ 발언엔 “유머일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회담할 준비가 됐다면 모스크바로 오라"라고 제안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양자회담에 대해 "가능하다"며 "마침내 젤렌스키가 준비된다면 그가 모스크바에 오게 하라. 그러한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이 가능한지 물었을 때 이처럼 답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대면 회담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올해 3차례 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협상 대표의 급을 높일 수 있지만, 현재 러시아 측 협상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의 역할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모스크바 회담 제안에 대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푸틴은 고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면서 모두를 농락하고 있다"고 반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시비하 장관은 오스트리아, 바티칸, 스위스, 걸프 국가 3곳 등 최소 7개국이 회담을 개최할 준비가 됐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런 회담에는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의 행정부 수반 대행'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임기가 만료되고도 계엄 상황을 이유로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단순히 행정부 수반 대행과 조심스럽게 회의를 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회담이 잘 준비되고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나는 이를 거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는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민투표를 하려면 계엄령이 해제돼야 하고, 계엄령이 해제되면 즉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논의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국가는 스스로 안전보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한 안전보장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15일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면서 영토를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기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절대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제시하거나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해 그는 "터널 끝에 빛이 있다"며 해결 가능성이 보인다면서도 평화 협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는 "모든 일을 군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현재 러시아군은 전체 전선에서 전진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대규모 공세를 수행할 능력이 없어 진지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모스크바 방문 초대가 유효하다고 확인하면서도 현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 준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반미 작당 모의'를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은 '유머'를 반영한 발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유머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고 모두가 이를 안다"며 "나는 그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서로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중국에서 여러 국가 정상과 대화하는 동안 현 미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듣지 못했으며 모두가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최근 자신을 '전쟁범죄자'로 칭한 데 대해서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한 성공적이지 못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쿠데타를 부추긴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된 나흘간의 중국 방문에 대해 "긍정적이고 유용했다"며 시 주석의 '글로벌 거버넌스' 제안이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수년간 논의 끝에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면서 이를 통해 러시아가 중국에 연간 총 1천억㎥ 이상의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통한 가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그는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라며 "모두가 만족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