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 단추 잘 끼우며 공감대 찾았지만…전략적 유연성 등 합의 방안 불투명”

2025-08-26 (화) 09: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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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회담…미국 내 전문가 인터뷰
▶ 李·트럼프 좋은 개인관계 구축

▶ 무역·안보분야는 긴장감 여전
▶ 北 핵포기 유도 구체안 안보여

미국 내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미중 경쟁 등 까다로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안보와 무역 등 핵심 분야에서 한미 간 긴장이 이어지는 만큼 후속 논의가 중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한국석좌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 e메일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이 일부 다른 나라 정상들이 겪었던 것처럼 구경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양국 정상은 조선, 대북 외교 등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미소를 지었다”고 총평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톰 래미지 분석관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이 좋은 개인적 관계를 구축했다”며 “안보 및 무역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 석좌는 “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대북 외교 재개 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며 “하지만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미중 경쟁 등 까다로운 문제들을 한미 양국이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소통하고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양국의 구체적 정책 공조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며 “한미 동맹은 이어지겠지만 ‘동맹 현대화’ 노력은 회담 이후 신중한 조정과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도 “이 대통령이 회담을 잘 준비해온 듯 보였다. 대북 대화 중요성에 대해 양 정상이 동의했다”면서도 “무역, 안보 분야에서 긴장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 측 수석대표를 맡고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커틀러 부회장은 언론 배포문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방위비 부담을 늘릴 것을 압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주한미군 기지를 미국이 빌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유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주한미군 기지 땅을 내어줄 경우 미국이 자유롭게 대중 견제 정책을 펼 수 있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커틀러 부회장은 올 10월 30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이런 다자 회의를 종종 기피해왔기 때문에 참석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면 트럼프도 그것(회의 참석)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엠마 챈렛 에이브리 ASPI 정치·안보 담당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 외교를 선호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을 소외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한국을 배제한 채 김 위원장과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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