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방기관 다국어 서비스 중단 안 된다

2025-07-2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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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연방 기관들에서 제공해 온 한국어를 비롯한 소수계 언어 서비스가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취임 후 서명한 이른바 ‘영어의 미국 공식 언어화’ 행정명령에 따라 연방 법무부가 각 연방 기관들에 ‘불필요한 다국어 서비스를 최소화하라’는 구체적 시행 지침을 최근 내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25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시행했던 연방정부 다국어 서비스 접근성 개선 행정명령을 폐기한 바 있다. 당시 미국내 이민자들을 위해 도입됐던 영어 미숙자 등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 지원 의무를 철회한 것이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영어 미숙자도 연방 정부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방기관 및 연방 기금을 받는 단체 등을 대상으로 번역과 통역 등 언어 지원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한 것으로, 이에 따라 그동안 연방국세청(IRS) 등 많은 연방 기관들은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정부 서비스를 안내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법무부가 트럼프 행정명령의 시행 지침을 구체화하면서 기존 정책을 공식적으로 뒤집고 나선 것이 그간 연방기관 등이 제공해오던 다국어 서비스를 축소시키거나 중단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인 등 미국내 이민자들에 대한 공공 서비스 접근권이 크게 후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아시아계 연방 의원들로 이뤄진 아태코커스(CAPAC)가 “트럼프 정부는 영어의 공식 언어화라는 명분 아래 영어 미숙 이민자 수백만명의 공공 서비스 접근권을 뺏으려 하고 있다”며 “영어가 국가의 공통 언어일지라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미국인이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올바른 지적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많은 합법 이민자들이 다양한 소수계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를 통한 공공 서비스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 옥죄기에 다름 아니다. 이번 법무부 지침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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