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첼 레이디그(왼쪽)와 기예르메 기 실바가 결혼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신청한 상태인 브라질 출신 30대 남성이 워싱턴주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돼 타코마구치소에 수감되면서 가족과 생이별 상태다.
레이첼 레이디그라는 여성은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 남편 기예르메 기 실바(35)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수개월 간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그녀는 “워싱턴주의 전화번호인 360으로 시작되는 번호가 뜨자 심장이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실바는 당시 워싱턴주 샌환 아일랜드에서 첫번째 결혼에서 낳은 4살된 딸을 데리러 가던 길이었다. 그러나 차량 근처로 다가온 6~7대의 비표시 ICE 차량에서 나온 마스크를 쓴 요원들에게 갑작스레 체포됐다.
레이디그에 따르면 ICE 요원들은 영장 제시를 요구한 실바의 요청을 거절하고, 그의 휴대폰을 압수한 채 구금했다.
실바는 브라질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8년 전 미국에 입국했고, 이후 벽화 작가로 활동해왔다. 첫번째 결혼에서 낳은 딸에 대한 양육권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이혼 이후 새로운 아내인 레이디그와 올해 4월 결혼했다.
실바는 지난 4월 결혼 후 다음날 즉시 영주권 신청을 위한 변호사를 고용했으며, 함께 살 집도 마련해 8월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국토안보부는 실바가 지난 2016년 관광비자(B-2)로 입국했지만 2017년 3월 기한이 만료된 후에도 미국에 체류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이디그는 남편이 전과도 없고, 이민 절차를 성실히 밟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실바는 체포된 날, 벨링햄의 ICE 임시 구금실에 수감된 뒤, 펀데일의 또 다른 구금소로 이송돼 38시간 동안 35명과 함께 바닥에서 잠을 자며 대기했다. 이후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채 타코마의 구치소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그는 “문신이 갱단과 관련됐냐”는 질문을 받으며 전신을 검사당했다고 전했다.
레이디그는 지난 18일 남편을 처음 면회했으며, 유리 벽 너머로 마주한 그는 여전히 침착했지만 ICE 구금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몇 달째 재판도 없이 구금돼 있는 사례들을 접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레이디그는 “악몽 같다. 이 나라에 실질적인 적법 절차는 없다”고 말하며, “나는 7개월 된 임산부다. 남편이 필요하다. 태어날 아들이 아버지를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바의 이민 변호사는 29일 보석 석방을 신청할 예정이며, 이후 재판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레이디그는 실바가 체포된 날 곧바로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I-130 서류를 접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