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엔 카드 없다” 조롱에서 태도 변화만도 소득
▶ “푸틴, 유예 기간 역이용할 것”… ‘트럼프 맘 바꿀라’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로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대선 기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남의 전쟁'으로 불렀고 우크라이나에는 "카드가 없다"며 조롱까지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아주 불만"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했다.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취임 반년이 지나도록 현실은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새 무기 제공을 약속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보낼 무기는 약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로 전해진다. 50일 내로 휴전 합의를 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그 거래국에 관세를 100% 부과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지난 2월 말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면서 "감사할 줄 모른다"며 면박을 주고 한동안 정보 지원까지 끊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이후로 몸을 낮춰 틈만 나면 미국에 감사를 표시해온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일단 소득을 얻은 셈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를 기꺼이 지원하려 하고 지속적이면서 정의로운 평화를 수립하려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로서는 완전히 안도할 수 없는 요소가 여전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모스크바까지 때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지원 발표는 없었으며 러시아에 50일이라는 비교적 긴 유예 기간을 줬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무기 지원 재개에 대한 안심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벌칙 부과를 50일 유예한 데 대한 우려가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협상을 타결할 기한으로 반복적으로 줬던 기한이 2주였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여당 유력 인사인 올렉산드르 메레즈코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이 50일이란 시간이 우리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푸틴이 분명히 (공세를 강화하는 데) 이를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BBC방송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진전"이라면서도 "50일은 거의 매일 밤 드론과 미사일 공습을 받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아주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걸 당장 멈출 수 있는 조치를 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트리엇 시스템을 얼마나 보낼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시스템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을 겪는 데다 요격 미사일 상당수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과 카타르에서 쓰였다. 다른 무기는 무엇을 제공할지도 명확한 언급이 없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이코노미스트는 "의구심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의 핵 위협이라든지, 군사적 교착 상태에 지친다든지 하는 이유로 또다시 유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