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대인 단체 ‘발끈’…트럼프 “단순히 고리대금업자 지칭한 것” 해명
▶ 2014년 바이든 당시 부통령도 똑같은 표현 써 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본인이 추진해 온 감세법안이 통과된 것을 자축하면서 반(反)유대인 표현인 '샤일록'(Shylock)이라는 말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샤일록은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역으로, 교활하고 악독한 고리대금업자이며 유대인이다.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미국 독립 250주년 축하 킥오프 행사에서 '샤일록 발언'을 했다.
그는 대규모 감세 등 내용이 담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것을 자축하면서, 상속 시 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들었다며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을 내주는 사람이 "훌륭한 은행가"인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샤일록들이고 나쁜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많은 가족들을 파멸시켰지만 우리는 그 반대의 일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을 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 '샤일록'이라는 표현이 반유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나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나에게는 샤일록이라는 말은 고리대금업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인공공문제협의회(JCPA)의 에이미 스피탈닉 대표는 3일 밤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X) 게시물에서 '샤일록'이라는 말이 대표적인 반유대주의적 고정관념 중 하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표현을 쓴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반유대주의적 비유와 음모론을 일상화한 지 수년이 지났으며 이는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역시 부통령 시절인 2014년에 '샤일록'이라는 말을 써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는 나중에 단어 선택이 부적절했다며 사과했다.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는 유대인 단체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은 이번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X에 성명을 올려 "매우 우려스럽고 무책임하다. 유대인에 대한 거짓말들과 음모론이 우리 나라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2014년 당시 바이든 부통령이 '샤일록'이라는 표현을 썼을 때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