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NS에 팔레스타인기 올리면 입국 거부?…美 “테러 지지 땐 문제”

2025-06-25 (수) 0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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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DC 관할 세관국경보호국 직원이 설명한 입국심사 유의사항

▶ “방문목적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추가 심사시 영사조력 요청 가능”

SNS에 팔레스타인기 올리면 입국 거부?…美 “테러 지지 땐 문제”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25일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 승객이 입국 심사를 받고 있다. 2025.6.25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면서 입국절차가 과거보다 다소 까다로워졌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입국 심사 과정에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검열해 트럼프 행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견해를 가진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미국 방문을 앞둔 유학생과 여행객 등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는 미국 입국 절차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25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담당하는 세관국경보호국(CBP) 당국자들을 국무부의 주선으로 만났다.


CBP의 매슈 아머 감독관과 스테판 샙 공보관이 입국 심사를 받는 외국인이 유의해야 할 사항과 최근 논란이 된 SNS 조사 등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입국 심사가 더 까다로워졌나.

▲ 우리 직무는 법에 규정됐다. 행정부는 바뀌었지만, 법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법을 집행하고 있다. 정부가 확보한 정보에 따라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기도 하고 그게 어떤 경우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의 일일 운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 외국인 입국 거부가 증가했나.

▲ 증가가 있었지만, 행정부의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곳에 도착하는 승객 숫자가 늘었다. 덜레스 국제공항의 경우 승객 수가 이전 연도(승객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승객이 많으면 법 집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워싱턴DC 지역에서는 2024년 외국 항공 승객 26만3천명이 도착했는데 이 가운데 4천625명이 입국을 거부당했다.

-- 유학생들이 입국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은.


▲ 우선 공부 목적에 맞는 유효한 학생 비자가 있어야 한다. 비자 외에 I-20나 DS2019 등 추가 서류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입국 심사를 받을 때 왜 미국에 오는지, 어떤 학교로 가는지, 주거지는 마련됐는지 등 기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에 대답을 못 하면 2차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준비된 채로 오는 게 최선이다.

-- 다른 잘못이 없는데도 SNS에 미국 정부 비판 등 문제가 될만한 글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입국이 거부될 수 있나.

▲ 아니다. 그것보다 더 많은 이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입국 심사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해 2차 심사를 받는 경우가 있다. 입국 심사에서 미국에 일주일 휴가왔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일주일이 아니라 허가 없이 미국에서 계속 살고 일하려고 왔다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 가방을 뒤졌더니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고 적은 카드가 있다. SNS를 보니까 다른 가족들이 '미국에서 잘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환송회를 한 사진이 있다. SNS에 '내가 미국에 자리 잡으면 주소 알려줄 테니까 다들 보러 와라'라고 적은 글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큰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들여다보며 SNS도 그중 하나다.

-- SNS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있다는 이유로도 입국이 거부되나.

▲ 미국에도 정치적 관점이 다양하다. 평균적인 여행객이라면 이 세계의 특정 정치적 염원에 대한 감정이 있다고 해도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테러나 그런 성격이 일을 선전하고 있다는 게 심사 과정에서 드러나면 그건 문제가 된다.

-- 팔레스타인 지지 트윗을 하면 문제가 되나.

▲ 그것만으로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미국이 테러 단체로 간주하는 조직을 선전하느냐다. 만약 당신이 테러를 선전한다면 당연히 그건 당신의 입국 여부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대테러 목표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 입국하는 승객들은 SNS를 조사받을 준비를 해야 하나.

▲ 1차 심사는 간략하다. 입국자한테 질문을 몇 개 하고, 그 답이 말이 되는지를 본다. 당신이 실제로 미국을 방문하려는 이유가 당신이 말한 목적대로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2차 심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2차 심사를 받는다고 해서 입국이 거부되는 것은 아니다. 세관이나 신고 안 한 물품, 밀반입 관련 문제일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여행객의 90% 이상이 2차 심사를 마치고 궁극적으로 입국이 허용된다.

-- 조사관이 입국 거부 사유를 정당화해야 하나.

▲ 행정법에 누군가의 입국을 거부하려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규정돼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에 오는 모든 외국인은 미국에 이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간주한다. 미국에 잔류하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갈 의사가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는 입국자에 있다.

-- 2차 입국 심사를 받는 동안 외부와 연락도 하지 못하고 무기한 구금된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는데 2차 심사를 받는 외국인에게 어떤 권리가 있나.

▲ 2차 심사를 받게 될 경우 심사를 완료해야 하며 이 절차를 밟는 외국인에게는 특정 권리가 부여된다. 심사가 일정 시간을 넘어가면 우리는 외국인을 위해 그가 원하는 지인에게 연락한다. 우리는 '우리가 대신 연락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느냐'라고 물어본 뒤 그 사람에게 '당신이 아는 이 사람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이민 심사를 받고 있으며 안전하다'라고 통보한다. 그리고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당 외국인의 대사관에 통보하게 된다. 특정 국가는 자국민이 입국 심사를 받느라 구금될 경우 우리가 통보를 하게 돼 있다. 통보 의무가 없는 국가의 국민에 대해서도 영사 조력이 필요한지 물어본다. 다만 변호사가 심사에 참여할 수는 없다. (주미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입국 과정에서 구금될 경우 본인이 희망하면 대사관에 영사 조력을 요청할 수 있으며 주미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입국 시 유의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심사는 통상 24시간을 넘어가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최대 72시간까지 구금이 가능하다. 언어 장벽이 있을 경우 해당 언어를 하는 직원을 찾거나 통역 서비스를 구하느라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덜레스 국제공항에는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몇 명 있다. 구금이 길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항공편 확보다. 입국이 거부된 사람은 그 사람이 타고 온 항공사의 항공편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항공사 비행 일정에 따라 더 오래 잡아둬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심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입국 금지 명단에 있는 사람과 동명이인이거나 생일이 비슷하거나 같은 지역에 살았다거나 그런 경우가 99%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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