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요 칼럼] 그런 법도 있나요?

2025-06-10 (화) 12:00:00 로라 김 서예가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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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당신 마음대로 하는 법이 어딨어요?’

‘나만 당하고 살란 법이 있나요?’ 라면서 처해진 상황에 순응하기 힘들 때, 무언가 억울한 느낌이 들 때, 또 예기치 않은 일로 황당한 일을 겪을 때, 무언가 항거하고 싶을 때 우리는 그런 법이 있나요 라고 소리쳐 본다.

법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통치를 위해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을 말한다. 올바른 통치를 위해 국가 및 공공 기관이 법률을 제정하고 명령하며 국민은 그 규칙과 조례를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 기초가 되는 헌법은 수많은 법의 가장 위에 있으며 법 중의 법, 원칙 중의 원칙이라 할 수 있겠다. 연방법이 있고 각 주마다 다른 주법이 있고 시나 카운티, 공공기관 마다 운영과 관리를 위한 법령과 규율들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광범위하고 다양하고 세부적이고 자상하기 까지 하다. 우리는 그 덕에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떤 것들은 없어도 될 듯 싶고, 뻔히 다 아는 것 같은 것들이 차고 넘치는데, 그래도 모자라서 새로운 법들을 자꾸 만들어 낸다. 주민들이 투표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우리가 몰라도 전혀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고 나에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 같은 법들이 파다하지만, 그래도 이런 세세한 법규나 조례들이 있음으로 우리의 삶이 더 안전하고 편안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고맙기만 하다. 불편한 법들도 많기는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서 교육을 받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파트를 얻고 자동차를 사고 집을 사고 하는 일상의 모든 일들이 따지고 보면 법을 떠나서는 하나도 이루어 질 수 없는 일들이 아닌가? 어느 것 하나 법 없이는, 아니 법을 따르지 않고는 해 낼 수 없는 일들 이라는 것에 경이감 마저 든다.

있는 듯, 없는 듯 시시하고 소소한 것 같은 많은 법 조항들이 우리의 삶과 얽히고 설켜서 조화를 이루며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 준다. 다만 우리가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고 살듯이 법 속에서 숨쉬며 법 속에서 살면서도 법이라는 자체를 거의 인식하지 않고 살고 있을 뿐이다.

‘어른에게 그렇게 말하는 법이 아니다.’ ‘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는 법이다.’ 등과 같이 예법에 관한 얘기를 할 때도 우리는 법이라는 말을 쓴다. 인사하는 법, 글씨 쓰는 법, 공부하는 법, 요리하는 법, 헤엄치는 법 같이 방식이나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할 때도 법이 있고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는 법이 없는 사람, 집 안에서 큰소리 한번 치는 법이 없는 사람 같이 행동 습성을 얘기할 때도 법이 있고 없고 를 얘기하고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는 법,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법과 같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를 말 할 때도 우리는 그런 법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자연의 이치나 삶의 도리, 예의, 방법, 습성 등 세상 돌아가는 순리를 말할 때 우리는 늘 법이라는 말을 노래하듯 얘기하며 산다.

모두가 법이라는 얘기가 되고 우리는 법 속에서 숨 쉬고 법 속에서 활개를 치며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일일이 느끼지 못한다는 뜻은 법에 순응하며 법과 일체가 되어 살고 있다는 뜻 일께다.

법은 명령이고 원칙이고 약속이다. 그렇듯이 우리 삶의 이런 법, 저런 법은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이다.

<로라 김 서예가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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