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AEA “이란, 3개 장소서 미신고 핵물질로 핵 활동”
▶ 이스라엘 “핵무기 경고 신호…국제사회, 이란 막아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로이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31일(현지시간)이란이 최근 몇 달 새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IAEA는 이날 회원국들에 회람한 비밀 보고서에서 이란이 지난 17일 기준으로 60% 농축 우라늄을 총 408.6㎏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IAEA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는 이란의 60%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274.8㎏에 달한다고 밝혔다. 3개월 사이에 거의 50%(133.8㎏) 급증한 것이다.
외신들은 핵탄두 9∼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농축도 60% 수준의 우라늄 약 42㎏은 90%까지 추가 농축하면 원자폭탄 1개를 만들 수 있다. 60% 농축 우라늄 자체도 무기급에 가깝다는 평가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고농축 우라늄의 빠른 축적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며 이란이 IAEA 조사에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런 수준으로 우라늄을 농축한 비핵무기 국가는 이란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IAEA는 나아가 이란이 3곳의 미신고 장소에서 미신고 핵물질을 이용해 핵 관련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
IAEA는 "(핵 활동 장소로 지목된) 라비잔-시안, 바라민, 마리반 관련 질문에 대한 이란의 답변과 설명이 부족하다"며 "이 3곳과 다른 의심 장소들은 이란이 2000년대 초까지 시행한 미신고 구조화 핵 프로그램의 일부이며, 아울러 미신고 핵물질을 이용한 활동도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표는 이란이 지난달부터 오만의 중재로 미국과 핵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 협상이 5차까지 진행되고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이란의 활동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당사국들이 다음 달 열리는 IAEA 이사회에 이란의 핵 비확산 불이행에 관한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외교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과 적대적인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완료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 경고 신호"라며 "국제사회가 지금 당장 이란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IAEA 보고서 회람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러한 수준의 농축은 핵무기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에서만 존재하며 민간 용도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나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에너지와 민간 기술을 위한 것이며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란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에 따라 202.8㎏의 저농축(3.67%) 우라늄만 보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까지 끌어올리고 비축량도 늘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