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3년 연속 ‘엑소더스’ 1위

2025-05-29 (목) 12:30:26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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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탈출 최다 도시 순위
▶비싼 주거·생활비 주 요인
▶‘탈 대도시’ 현상 계속될 듯

LA가 또다시 미국 내 ‘엑소더스(대규모 이주)’의 진원지로 확인됐다.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 본사를 둔 이동 및 보관 솔루션 회사 PODS 엔터프라이즈의 ‘제5차 연례 이사 트렌드 보고서(Moving Trends Report)’에 따르면, LA는 올해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민들이 떠나간 도시로 3년 연속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북가주 지역과 샌디에고 역시 상위 10위권에 올라 캘리포니아의 ‘인구 유출’ 현상이 여전히 심각함을 방증했다.

보고서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의 장거리 이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대도시권의 인구 유출은 높은 생활비와 주거난, 자연재해 위험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LA를 떠나는 사람들은 더 저렴하고 생활 여건이 나은 남동부와 남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머틀비치(사우스캐롤라이나)와 윌밍턴(노스캐롤라이나)은 2년 연속 미국 내 ‘최고의 이사 목적지’로 선정되며, 대도시권의 인구를 흡수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자리잡았다.

PODS의 리치 슈워츠 수석 부사장은 “미 서부와 북동부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와 교통 혼잡, 보험료 급등 등이 주민들을 내몰고 있다”며 “반면 남동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 온화한 기후,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고서 상위권에는 LA 외에도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스톡턴-모데스토, 베이커즈필드, 프레즈노, 샌타바바라 등 캘리포니아 도시들이 대거 포함됐다.


LA의 인구 유출은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자료에 따르면 LA 카운티의 인구는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5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LA가 여전히 문화·산업적으로 매력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급등한 주택 가격과 생활비가 중산층과 젊은층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의 주택난은 특히 치명적이다. LA의 평균 주택 가격은 여전히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 위험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거주 여건을 찾는 주민들이 캘리포니아를 등지고 있다. 보고서는 “캘리포니아 도시들이 여전히 산업·문화적 중심지로서의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적 압박이 점점 더 많은 이들의 이주를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LA발 인구 유출은 몇몇 도시에 기회도 함께 열어주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텍사스의 달라스-포트워스, 플로리다의 잭슨빌, 노스캐롤라이나의 롤리·샬럿 등이 빠르게 성장하며 기존 대도시권을 떠난 이들의 새로운 정착지로 부상 중이다. 특히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은 지난해 순위권 밖이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보고서 상위권에 오르며 ‘급부상 도시’로 꼽혔다. 낮은 세금과 풍부한 일자리, 비교적 저렴한 주거비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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