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은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다.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이 날은 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날이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수많은 전장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헌신한 군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자 이 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제는 그 의미가 국경을 넘어 전쟁의 상흔을 공유한 나라들 사이에서도 함께 되새겨지는 날이 되었다.
미국에 살아가는 한인들에게도 메모리얼데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운 한미 양국의 수많은 장병들이 피를 흘렸다. 한국의 젊은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산화했고,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 또한 머나먼 동방의 나라를 위해 생을 바쳤다. 우리는 이들이야말로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진정한 영웅들이다. 그 숭고한 희생은 세월이 흐른다고 결코 퇴색되어선 안 된다.
헌신을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책임을 던진다. 전쟁이 남긴 상처와 교훈을 잊지 않고, 다시는 그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이들이 죽은 이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다.
특히 지금처럼 안보 환경이 불안정하고 국제 정세가 격동하는 시기일수록, 우리는 군인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전쟁은 군인만의 책임이 아니지만, 전쟁을 막는 힘은 군인의 헌신으로부터 비롯된다. 평화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희생과 책임 있는 시민의식 위에 세워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메모리얼데이는 단지 추모의 날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나라를 꿈꾸는지 스스로 묻는 날이 되어야 한다.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이들의 용기를 기억하며, 우리는 그 뜻을 오늘의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