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이어 악시오스 보도… ‘협상 깨질 것’ 판단에 공습 준비
▶ 네타냐후 “우리에겐 방어권 있다”… ‘단독 행동하나’ 미국 우려

기자회견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이터]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1일 두 명의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신속히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CNN이 미국 정부의 첩보를 토대로 '이스라엘군(IDF)이 이란 공습을 위한 준비와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이스라엘 측에서도 확인한 셈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이 가까워졌다는 기존 전망을 철회하고 곧 결렬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최근 선회했다고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금주 초 고위급 내각 인사들과 안보·정보기관 인사들과 함께 핵 협상 상황을 살피는 '매우 민감한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핵 시설 공격에 성공할 기회의 창이 그리 오래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핵 협상 결렬 즉시 신속한 공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습이 시작될 경우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최소 1주일간 군사 작전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하면 양국 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고, 주변 무장세력이나 국가들까지 가세할 경우 국제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중동 정세가 극도로 위험해질 수 있다.
주변 국가들은 핵 시설 파괴 시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핵 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같은 입장을 견지하며 이스라엘의 공습 욕심을 억제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방공시스템 등을 상당 부분 파괴하는 데 성공한 이스라엘이 상의 없이 독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의 '앙숙' 이란과 이스라엘은 작년 4월과 10월에 미사일 공격을 각각 한 차례씩 주고받으며 중동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갔으나, 당시에는 상대의 군사시설에 국한한 절제된 표적 공습으로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은 차단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경우에도 이스라엘은 우리를 파괴하겠다는 정권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스라엘 측 관계자는 "미군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준비 중인 것도 이해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핵 협상이 결렬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실망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승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은 오는 2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재개된다.
지난달 앞선 네 차례 회담에서 양측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폐를 두고 맞서 왔다.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선 약속한 농도(3.67%)와 보유량(U-235 기준 202.8㎏)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었으나,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이를 아예 폐기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지난 18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농축에 있어 매우 분명한 레드라인을 두고 있다"며 "단 1%의 농축 능력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한다며 농축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란은 2018년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 파기한 이후 농축 프로그램을 가속, 현재 핵무기 제조급(90% 정도)으로 단시간에 농축할 수 있는 수준인 60%까지 농축 농도를 끌어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