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어의 존재입니다. 어떤 철학자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라 했는데, 여기서 이성은 곧 ‘언어 능력’을 뜻합니다. 즉, 인간은 언어적 존재입니다. 성경은 이 사실을 더 깊은 신학적 차원에서 말합니다. 하나님은 말씀(언어)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예수 그리스도는 “말씀이 육신이 되신 분”이라고 선포됩니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인 것은 바로 언어, 곧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말’을 예쁘게 하는 법을 우리는 잘 배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 언어. 말하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정작 배우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그 결과, 우리의 일상은 말 때문에 생긴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합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이 세상에서 살다가 죽은 후 천국에 가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말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그렇게 서로를 찌르고 상처 내며 살다가 그냥 죽어서 천국에 간다면, 우리의 인생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고, 죽은 후 천국에 갈 것이라면, 그것을 지금 이 땅에서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저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신앙을 갖는 실제적인 이유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되던 시기에, 기독교 신학 중 하나인 칼뱅주의는 구원의 증거를 경제적 부의 축적으로 이해했습니다. 신앙을 잘 가지면 부자가 되고,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곧 구원의 징표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가난을 수치로 여기게 되었고, 심지어 하나님의 저주로까지 여겼습니다. 이후 기독교 신앙은 부자 되는 것과 동일시되었고, 교회도 점점 대형화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큰 교회는 축복받은 교회, 작은 교회는 외면받는 교회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성경의 중심과는 거리가 먼 사상입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예수님은 ‘말씀’ 그 자체이신 분입니다. 그러므로 언어의 구원 없이 인간의 구원도 온전할 수 없습니다. 언어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이야말로 ‘부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얼마 전, 출소를 앞둔 한 재소자와 통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출소가 가까워졌지만, 오히려 시간이 더디 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설렘 때문이 아니라,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지 않고, 말을 너무 서운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차가운 말들 때문에 마음이 상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출소 후 가족을 만나는 게 오히려 두렵다고 했습니다.사람은 말로 상처받고, 말로 죽습니다. 병이나 장애가 삶을 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이 있어도, 장애가 있어도, 따뜻한 말 한마디면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간은 두 곳에 상처를 입습니다. 하나는 육신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입니다. 육신의 상처는 아프지만 견딜 수 있고, 치료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회복됩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다릅니다. 마음은 반창고로 치료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의 상처는 말에서 비롯되고, 오직 말로만 치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도 말이고,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것도 말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부자가 되는 것’에 앞서 ‘말을 예쁘게 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자가 되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 삶의 대부분의 고통은 가난 때문이 아니라, 말로 받은 상처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구원의 징표일까요?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부’(돈)인가요? 아니면 서로를 평화롭게 하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예쁜 말’인가요? 이제 관점을 조금 바꾸어, ‘말을 예쁘게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성경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우리는 말로 상처 주는 사람이 아니라, 말로 살아나게 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