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잘못’ 지적엔 “처음부터 찬성안해, 국민께 죄송”…탄핵·尹출당엔 말아껴
▶ 지지층 고려하되 내부의견 수렴할 듯…첫 토론회 전 입장정리 가능성 거론

(대구=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12 [공동취재]
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12일(이하 한국시간) 시작된 가운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12·3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사태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김 후보는 경선 국면에서 '반탄'(탄핵소추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문제에서도 본인 의사에 반하는 '강제 출당'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다.
김 후보는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한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굉장히 어려워하고 계신다"며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사실상 처음으로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으나, 김 후보 측은 이에 대해 "계엄 자체에 대한 사과가 아닌,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을 겪은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후보는 대구 서문시장 유세 후 당내 일각의 계엄·탄핵 관련 사과 요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계엄은 찬성하지 않았다"면서도 "어느 정도, 어떤 형식으로 사과하냐 등은 김용태 비대위원장과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지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출당 조치 등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날 김 후보가 이날 내놓은 발언에 대해 쇄신·변화를 주문하며 당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요구에 '향후 의견 수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 자체로 주목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김 후보가 일련의 문제와 관련해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내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지지층 민심을 고려할 때 김 후보가 가볍게 입장을 바꿀 수는 없지 않겠나"라면서도 "시차를 두더라도 계엄·탄핵을 포함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은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첫 대선 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어떻게든 입장을 정리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선대위의 한 재선 의원은 "내부적으로 본선 국면에서는 중도·무당층을 달래기 위한 최소한의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후보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참여했던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한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이날도 첫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부터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 당 스스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마땅한 책임을 지우지 못한 것, 계엄이 일어나기 전에 대통령과 진정한 협치의 정치를 못 한 것을 과오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직접 쇄신과 변화의 상징으로 '30대 비대위원장'을 인선한 만큼, 김 지명자의 공개 요구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선 경쟁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연일 사과를 촉구하며 "그러지 않으면 이번 선거는 불법 계엄을 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위한 대리전을 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김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이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 지지율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런 당 안팎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일각의 계엄·탄핵 사과 요구에 관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어떤 입장을 내놓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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