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 가격 4.9%나 상승
▶ 3일부터 부품관세 시행 중
▶ 부품의 60%, 외국서 수입
▶ 보험료도 연쇄인상 불보듯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와 부품관세 부과 정책에 따라 중고차부터 수리비, 보험료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부과 정책이 자동차 시장 전반에 걸쳐 ‘도미도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차 가격이 최대 2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중고차 가격이 이미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부품 가격부터 수리비, 보험료까지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돼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중고차 도매시장 경매 결과를 토대로 집계하는 맨하임 중고차 가격지수가 4월 208.2(1997년 1월=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다고 최근 밝혔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2.7%에 달했다. 이 같은 가격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붕괴에 따른 자동차 가격 급등의 후폭풍이 이어졌던 2023년 10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중고차 가격의 이례적인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진 가운데 차량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구매를 앞당긴 게 중고차 도매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는 분석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제레미 롭 경제·산업 인사이트 디렉터는 “봄이 되면서 중고차 가격이 반등하는 현상은 통상 4월 둘째 주께 종료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중고차 도매가격 상승세가 4월 한 달 내내 지속됐고 상승 강도도 훨씬 강했다”며 “관세 영향으로 강한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왔는데, 정확히 그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3일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발효된 것에 더해 이달 3일부터는 엔진 등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도 부과된 25% 관세가 미국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들에게 원투 펀치를 날린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품관세의 부정적 파급력이 수입차 관세보다 더욱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외국산 자동차는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수입 부품 없이 미국 내 부품으로만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CNN은 이번 부품 관세가 “자동차 산업을 영원히 바꿀 수 있다”며 “기존의 수입차 관세보다 더 크게 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그러면서 지난해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1천만 대의 차량 중 수입 부품 없이 생산된 차량은 단 1대도 없다고 설명했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수석 경제학자 조너선 스모크 역시 “솔직히 부품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수입차 관세보다 더 나빠 보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부품가격 인상이 수리비는 물론 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자동차 수리에 사용되는 부품의 약 60%가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서 수입되며, 일부 부품은 조립 과정에서 국경을 여러 번 넘나든다. 관세가 부과되면 이 같은 부품의 수입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수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경미한 사고라도 수리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수리비 증가는 보험사의 손해율 악화로 이어져 보험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수입차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 인상 폭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정보업체 인서리파이는 관세 부과로 올해 말까지 자동차 보험료가 전년 대비 8% 상승한 평균 2,502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보험 연구 기관인 인슈어런스 인스티튜트는 “관세로 인한 자동차 가격 및 수리비 상승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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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