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세전쟁’ 발발 후 첫 공식대화 나서는 미중…합의 물꼬 트나

2025-05-06 (화) 09: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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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공급망 타격 커…트럼프 취임 후 고위급 처음 협상 테이블로

▶ 스위스서 관세·수출 통제 등 핵심의제 논의 전망… “협상 기대 속 신중론도”

미국과 중국이 '세기의 관세전쟁'을 벌인 지 약 한 달 만에 첫 공식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양국이 긴장 구도를 완화하고 합의를 위한 물꼬를 틀지 관심이 쏠린다.

선거운동 때부터 중국에 대한 관세를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한 무역전쟁은 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준 상황이다.

다만 '강 대 강'으로 대치하던 양국이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크게 불거지자 최근 들어 잇단 유화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만간 극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양국 간 회담의 성과가 주목된다.


7일(한국시간) 로이터와 AP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중국 결제실세'인 허리펑 부총리가 오는 9∼12일 중 제3국인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무역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양국이 각각 발표했다.

지난 달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45%의 추가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중국은 이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 조치를 내놓은 가운데 나온 나온 양국 간 첫 고위급 회담 소식이다.

앞서 미중 양국은 상대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매기는 것은 물론 주요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와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까지 부과하는 등 올해 들어 한 치 양보도 없이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미국은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명령했으며, 중국은 첨단·군수산업에 필수인 희토류 등 자국이 장악하고 있는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을 제한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치전 양상으로 번진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영향을 미쳤다.

당장 관세 맞불 작전이 이어지던 날에는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그 여파는 아시아 증시까지 밀려왔다.

지난달 4일(미 동부시간) 뉴욕증시 S&P 500 지수는 팬데믹 확산 공포가 덮친 2020년 3월 16일(-12%) 이후 5년 만에 일간 기준 최대 낙폭(-5.97%)을 기록하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또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미국행 수출이 막히면서 중국의 제조업이 휘청이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인상) 공포가 번지면서 '사재기 열풍'이 생기기도 했다.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등 주변국들도 타격을 받았다.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의 초저가 제품을 떠안아야 하는 압박을 받으면서 신음했다.

무엇보다도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관세와 정책 탓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제껏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최근 대(對)중국 관세 인하 의지를 보이는 등 유화적 메시지를 잇달아 던져왔다.

중국 당국 또한 미국산 반도체와 의약품, 화학제품(에탄) 등에 대한 면세 조치를 공식 발표 없이 현장에서 조용히 시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간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가 나왔다.

이번 회담이 그간 긴장을 완화하고 향후 협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수개월간 단절됐던 공식 대화를 재개하는 긴장 완화(ice-breaker)의 첫 회담을 가진다"면서 "고율 관세 인하,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800달러 미만 소액 소포에 대한 정책, 주요 수출 통제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가 국제 경제 체제를 미국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생산적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으며, 중국 상무부는 "세계의 기대와 중국의 이익, 미국 업계와 소비자의 호소를 충분히 고려해 미국과 접촉하는 데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가 이번 주 스위스에서 중국 측 카운트파트(대화 상대)를 만나 무역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최근의 진전 상황은 양국이 긴장을 완화하고 다시 관계를 맺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만큼 이번 고위급 회담이 단순한 탐색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협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양국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류허 당시 중국 부총리 지명자가 미국에 다녀온 뒤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얼마 안 가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고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달 칼럼을 통해 전했다.

또 당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첫 관세 폭탄을 때리며 본격적인 무역전쟁 1라운드가 발발하고 2019년 12월 무역협상 1단계 합의까지 17개월이 걸린 적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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