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미국 국채 비중 조용히 줄이는 중”

2025-05-02 (금) 09: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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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 2022년 초 대비 27% 감소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미 국채 시장이 출렁이자 일각에서는 시장 혼란의 배후에 중국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있었다.

중국이 이번에 미국 국채를 '무기화'했을 가능성은 작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미 국채 비중을 줄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외환당국인 국가외환관리국의 운영 방식을 잘 아는 이들은 대체로 중국의 미 국채 투매 가능성을 낮게 봤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미 국채 대량 매도를 합리적 선택지로 보지 않으며,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단기물 자산이나 금 등으로 옮겨가는 편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지난달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무기화할 유인이 작다면서 "내가 부부싸움을 하다 집을 태워버릴 수 있지만 그건 나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 외환당국은 그동안 점진적으로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여왔다는 것이 FT의 평가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를 보면 2014∼2018년 중국의 전체 외환보유고 중 60%가량은 달러화 자산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 국채로 추정된다. 미 국채는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왔으며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과 달리 이자도 지급된다.

하지만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2017년 달러화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 변경을 시작했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해외 자산 동결을 목격한 이후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강화됐다고 FT는 보도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도 국채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미 재무부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2022년 1월에서 2024년 12월 사이 중국의 공식적인 미 국채 보유액이 27% 넘게 감소한 7천590억 달러(약 1천69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5∼2022년 감소율 17%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중국이 벨기에·룩셈부르크 소재 중개 관리회사를 통해 미 국채를 우회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중국의 실제 미 국채 보유액이 공식 발표보다 많다는 관측도 있지만, 전체적인 장기물 미 국채 보유는 최근 몇 년간 감소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대신 미국의 국책 모기지 보증기관인 패니메이 등 정부 관련 기관이 발행한 채권 비중을 늘려왔고, 2020년 초 보유액은 2018년 대비 60% 늘어난 2천610억 달러(약 367조원)를 기록했다. 이들 채권은 국채와 신용도가 비슷하지만 이자율은 소폭 높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또 산하 사모투자 기관을 통해 사모펀드나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모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외환보유고 운영 전략상 변화를 밝힌 적은 없지만, 중국 내에서는 미 국채 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양판판 연구원 등은 최근 "미 국채의 안전성이 더는 당연하지 않다.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역임한 위융딩 사회과학원 학부위원도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의 대외 자산에 여파를 미칠 가능성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마러라고 협정'을 추진할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리서치업체 크레디트사이츠의 절리나 쩡 애널리스트는 위험 분산 차원에서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 안전자산을 고려할만 하지만, 미일관계를 감안하면 중국이 엔화 비중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고 대신 금 보유를 늘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봤다.

아직 미 국채를 대체할만한 자산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중국에 숙제라고 FT는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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