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발 ‘관세 쇼크’
▶ 1분기 GDP 0.3% 줄어
▶ 3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 2분기 성장도 불투명
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영향으로 0.3% 뒷걸음질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갓 지난 가운데 핵심 정책인 관세 정책으로 경제 성적표가 F학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스테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감률(속보치)이 -0.3%(직전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경제가 분기 기준으로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경제는 긴축 통화정책과 소비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에는 2.9%, 2024년에는 2.8% 성장했다. 특히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도 2.4%의 성장률을 보였다.
1분기 성장률을 곤두박질치게 만든 핵심 요인은 관세정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수입을 크게 늘린 게 성장률 하락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GDP 통계에서 수출 증가는 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수입 증가는 성장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상무부는 수입 증가와 정부지출 감소가 GDP 감소에 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1분기 중 수출이 1.8% 증가한 반면 수입은 41.3%나 급증한 게 순수출(수출-수입)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상품 수입이 50.9% 늘었다. 수입 증가는 1분기 성장률을 5.03%포인트나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지출 감소도 1분기 역성장에 기여했다. 정부 지출은 1분기 중 1.4% 줄었으며, 이는 1분기 성장률을 0.25%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1분기 연방정부 지출은 5.1%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에 지방정부 지출은 0.8% 증가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연방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벌인 바 있다.
시장에서는 1분기 미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을 지속해서 경고한 바 있다. 앞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추산해 공개하는 성장률 전망모델 ‘GDP 나우’는 1분기 수입 급증을 반영,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월가 대형은행들은 1분기 GDP 발표를 코앞에 두고 지난 29일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속속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시행을 앞두고 수입이 폭증한 일시적인 효과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1분기 성장률은 분명 경제가 둔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엘렌 젠트너 수석 경제 전략가는 “오늘의 GDP 부진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을 부분적으로 반영했을지 모르지만, 경제의 뱃머리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고 가는 경고”라고 우려했다. 사르마야 파트너스의 와시프 라티프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역성장”이라며 “경제성장 둔화와 여전한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와 같은 시나리오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입확대와 같은 일시적인 잡음을 걷어내고 나면 경제의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에 침체 진입을 섣불리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경제 수요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민간지출 증가율이 3.0%로 3%대를 유지한 것이 낙관론을 지탱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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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