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스터리 분위기를 갖춘 가족 관계 다룬 멜로 드라마’

2025-04-25 (금) 12:00:00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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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가을이 오면’ (When Fall Is Coming) ★★★ ★½ (5개 만점)

▶ 어두운 비밀을 섬세하고 살짝 뒤튼 플롯
▶ 가을 공기처럼 잔잔한 표면 안에 들어앉은 지적이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 작품

가족 관계를 다룬 멜로 드라마이자 미스터리 분위기를 갖춘 스릴러로 전연 다른 두 장르를 정교하게 엮어 시종일관 겉으로는 평온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일까 하고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프랑스의 장인 프랑솨 오종(공동 각본)이 연출한 우수가 촉촉이 배어 있으면서도 간간이 옅은 유머와 날카로운 위트를 갖춘 영화다. 섬세하고 틀림없는 구성과 살짝 뒤튼 플롯으로 가을 공기처럼 잔잔한 표면 안에 들앉은 어두운 비밀을 섬세하고 또 민감하게 풀어나간 지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영화는 또 늙는 것과 죄의식 그리고 화해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가을 버건디 교외 시골. 인자하고 자비로운 80대의 미셀(엘렌 뱅상)은 집의 넓은 야채밭과 종종 이웃에 사는 오랜 친구 마리-클로드(조시안 발라스코)가 교도소에 수감된 아들 뱅상(피에르 로탱)을 면회 갈 때면 자기 차로 데려다주는 일을 하면서 날들을 보낸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간다. 미셸과 마리-클로드는 둘 다 젊었을 때 파리에 살 때부터 친구지간.

미셸에게는 이기적인 딸 발레리(뤼드빈 사니에)가 있는데 미셸은 발레리의 9세정도 난 아들 뤼카(갈랑 엘로스)를 끔찍이 사랑한다. 그런데 발레리는 어머니에게 깊은 한을 품고 있는데 그 큰 원인은 어머니의 과거 직업 때문이다. 그러나 미셸은 딸의 도전적 태도에도 모든 것을 참고 파리의 자기 아파트까지 달에게 주었다.


발레리가 아들의 가을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한 2주를 미셸의 집에 묵기 위해 뤼카와 함께 찾아온다. 그리고 미셸은 어머니에게 살고 있는 집의 소유권을 자기에게 넘기라고 요구한다. 이를 꾹 참는 미셸. 이어 미셸은 마리-클로드와 함께 인근 숲에서 따온 버섯으로 저녁 요리로 만들어 발레리에게 준다. 이 요리를 먹은 발레리가 식중독에 걸려 병원으로 이송된다. 치료를 받고 나온 발레리는 요리를 한 어머니에게 노발대발 화를 내면서 뤼카를 다시는 못 만나게 하겠다고 위협한다. 미셸에게 이 같은 위협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것으로 미셸은 뤼카를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셸은 교도소에서 출감한 마리-클로드의 아들 뱅상을 자기 집 야채밭과 정원을 돌보는 사람으로 고용, 후하고 다정하게 대접하며 둘이 거의 모자관계처럼 가까워진다. 뱅상의 꿈은 바를 차리는 것. 그리고 미셸은 뱅상의 이 꿈을 현실화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어느 날 미셸은 뱅상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이어 뜻밖의 사고(범죄사건?)가 나면서 관객은 영화 끝까지 과연 그 일이 사고냐 아니면 사건이냐를 놓고 궁금해 하게 되는데 결론은 각자가 생각하게 나름이다. 영화 후반에 귀신이 나오면서 초현실적 분위기마저 갖추는데 이 것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영화를 떠받쳐주고 있는 것이 엘렌 뱅상의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연기. 그리고 속에서 끓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조용하니 무게 있는 연기로 자아내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하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하는 연기다. 이와 함께 피에르 로탱과 조시안 발라스코의 연기도 훌륭하다. 또 가을 풍경을 담은 칼라 수채화를 보는 듯한 촬영도 좋다.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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