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역전쟁서 자신감 보이는 중국…트럼프 상대 카드 5장 있다

2025-04-23 (수) 09: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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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관세협상 임박 전망 속 BBC 분석…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전투적 행보’

▶ 中, 美보다 고통 더 감내 가능…AI, 전기차 등 첨단기술 투자서 성과
▶ “탈미국화·미국 국채 대량 보유·희토류 장악 등도 中에 유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對)중국 관세 인하를 시사하는 등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면서 미중 양국 간 무역협상 진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물론 주요 수출품에 대한 통제로 하루가 멀다고 맞불을 놓았던 양국이 이제는 향후 어떤 협상으로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중국이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중 무역전쟁과는 달리 이번에는 새로운 역학 구도를 만들어가는 중국 정부의 기조에서 준비된 자신감이 읽히며 상황은 여전히 예측불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대급 관세 폭탄이 투하될 때마다 중국은 '필요하다면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보복 조치를 즉각 하나씩 차례로 꺼내어 보였다.

영국 BBC방송은 이처럼 중국이 전투적 행보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쥔 5장의 카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4일(현지시간) 소개했다.

BBC는 먼저 중국이 미국보다 어느 수준까지는 고통을 더 감내할 수 있다는 점을 첫 번째 유용한 협상 카드로 꼽았다.

공산당 체제인 중국은 미국처럼 선거를 앞두거나 여론을 신경 쓰거나 하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설정한 기조를 조금 더 장기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또 중국 내수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으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다른 국가들보다는 버틸 여력이 있다는 점도 유리한 지점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미국산 수입품이 아닌 자국 상품을 구입하고 판매하자는 '애국주의' 바람까지 불고 있다.

물론 부동산 위기와 실업률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민심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BBC는 짚었다.


더불어 올해 초 전 세계를 뒤흔든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 같이 중국의 '기술 굴기'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중국 내부에서 고무적 분위기가 나온 것도 중국이 드러낸 자신감의 원천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두번째 협상 카드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꼽으면서 BBC는 딥시크를 비롯해 어느새 세계 1위의 전기차 브랜드가 된 비야디(BYD), 중국 내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와 비보 등을 거론했다.

그동안 주로 저가 상품을 생산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이 이제는 정부의 전폭적 투자를 통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AI 분야에 1조달러(약 1천428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BBC는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을 대체할 다른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중국과 같은 규모의 인프라와 숙련된 기술자를 갖춘 곳을 찾지 못해 고전해 왔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중국이 이미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부터 이번 상황에 대비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충돌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 무역 협상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중국은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탈미 전략'을 가속화했다. BBC가 제시한 세번째 카드다.

이는 주로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이뤄졌다.

한때 중국에서 수입하는 대두의 40%가 미국산이었으나, 현재 이 수치는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최대 대두 공급국이라는 자리를 글로벌 사우스의 큰 축인 브라질이 차지했다.

또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도 미국이 아닌 동남아시아가 됐으며, 중국은 2023년 기준 60개국의 무역 파트너국이다.

BBC는 '트럼프 1기에서 배운 교훈'을 이번 미중 무역전쟁 협상에서 중국에 유리한 카드로 지목하며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과의 무역 확대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움직임이었다"고 했다.

이어 BBC는 "주식 시장이 붕괴하는데도 꿈쩍 않던 트럼프 대통령이 국채 시장으로 충격이 번지자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90일의 상호관세 유예'를 택했다"라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흔들리는 타이밍을 이제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7천억달러(약 1천조원)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에 이은 2위 규모다. 중국이 가진 네번째 카드다.

다만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도 자산 가치에 대한 손실을 초래하기에 이는 만능의 협상 카드가 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의 호주-중국 관계 연구소의 마리나 장위에 교수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통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협상의 지렛대이지 절대적 무기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BBC는 실질적인 무기로 쓸 수 있는 카드로 중국이 틀어쥐고 있는 희토류를 꼽았다.

희토류는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원재료로, 중국은 희토류 자원의 채굴과 정제(가공) 영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이달 들어 미중 갈등이 극도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이 안티모니라는 핵심 광물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안티모니의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이 희토류 시장에서도 나타날 경우 반도체와 전기차는 물론 특히 미국의 방위산업이 큰 차질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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