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 임시체류승인 이민자에 “떠나라”…엉뚱한 대상에 통보하기도

2025-04-23 (수) 1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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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정부 시절 ‘CBP 원’ 앱 통해 체류 허가한 90만여명 대상

▶ 이민법 변호사들에게도 통지서 대거 발송… “공포 분위기 조성하려는 듯”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임시 체류를 승인받은 이민자 90만여명을 대상으로 추방 방침을 통보 중인 가운데,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통지서를 보내는 등의 오류로 혼란이 일고 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23일 AP통신과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에 따르면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바이든 정부 시절 멕시코 국경을 넘어 입국한 서류 미비 이민자들에게 온라인 앱 'CBP 원(One)'으로 신청했을 때 임시로 발급한 2년간의 체류 허가를 취소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임시 체류 허가는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을 차단하고 이들을 시스템 내에서 관리하면서 이민자 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려는 조처였다.


하지만 지난 1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 제도를 전면 폐지한 데 이어 당국은 지난달 말부터 해당 허가를 받아 체류 중인 이민자들에게 허가 취소 통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이 미국을 떠나야 할 때"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통지서는 대상자가 즉시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추방될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CBP는 이민·추방과 관련된 다른 조치들과 달리 이번 조치를 관보 등에 게시하지 않고 조용히 진행해 왔으며, 언론의 확인 요청이 제기된 다음에야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CBP는 구체적으로 몇 명에게 체류 허가 취소를 통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해당 이메일 발송 대상자가 체류 허가 수혜자 전체는 아니라고만 언급했다고 AP는 전했다.

작년 말 기준 'CBP 원' 앱을 통해 임시 체류 허가를 받은 이민자는 93만6천명이었다.

당국의 이런 체류 허가 취소 조치는 당사자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문제에 더해 통보 과정에서도 오류가 적지 않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와 텍사스, 매사추세츠 등에서 거주하는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미국 시민권자인데도 해당 통지서를 이메일로 받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들은 CBP의 이메일 발송 대상에 해당하는 이민자들을 의뢰인으로 두고 있지도 않아 왜 이런 이메일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BP는 "해당 이민자가 미국 시민권자의 연락처 등 타인의 이메일 주소를 제공한 경우, 의도하지 않은 수신자에게 통지서가 발송됐을 수 있다"며 "CBP는 이런 문제를 모니터링 중이고 사례별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이메일을 받은 이민법 변호사 해리엇 스틸은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면에서 잔인함과 무능함이 혼재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들은 물론이고 변호사들에게까지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변호사 티머시 브레너도 "지난 11일 미국을 떠나라는 통지를 받았다"며 "행정부가 그들이 괴롭히려고 겨냥하는 이민 변호사 목록이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이민변호사협회는 이 단체 회원인 변호사들이 지난 8일께부터 같은 통지서를 받기 시작했고, 해당 이민자들과 무관한 변호사들에게도 통지서가 전달됐다면서 회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이메일 발송 대상에 해당하는 이민자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체류 허가 취소 통지 이메일을 받았으나, 다른 일부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퍼스트의 난민 옹호 담당자 로빈 버나드는 "CBP 원을 통해 입국한 사람들은 커뮤니티 채팅과 주변의 소문 등을 통해 일부는 통지서를 받았고 다른 일부는 받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정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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