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동안 시장 폭락세 주도한 이슈들에 ‘안도 메시지’ 발신 주력
▶ 추가 품목 관세 예고에 국가별 협상 상황 따라 ‘널뛰기’ 재현될 수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문답하는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자신의 통상 및 경제정책과 관련해 강경 기조로 몰아쳐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모처럼 시장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폴 앳킨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임명식에서 취재진과 문답을 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 낙관론을 부각하는 한편 미국의 중앙은행 수장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고 추진설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데 이어 대중(對中) 협상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려 145%에 달하는 대중(對中) 관세에 대해서도 "매우 높다"고 인정하면서 협상을 하게 되면 "그 정도로 높게 있지는 않을 것이며, 매우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로(0%)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나름의 하한선을 그었다.
또 그는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지속해온 '파월 때리기'가 파월 의장 해고 추진설까지 이어진 데 대해서도 "그가 금리 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란다"면서 "나는 그를 해고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내년 5월까지 임기를 보장할 것임을 확인하며 시장을 안심시킨 것이다.
이들 2가지 이슈는 최근 뉴욕증시 폭락과 국채 금리 급등(국채 가격 급락), 달러화 가치 하락 등 금융시장 불안을 주도한 것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 강행 이후 미중간 무역 협상은 시작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양국이 관세뿐 아니라 각종 무역 제재 조처를 주고받기 식으로 발표하면서 강대강으로 치닫자 시장은 곧바로 반응하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상황이 이렇게 얽혀가는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양국간 무역 협상의 물꼬를 정상 간 대화로 터보려고 고집하는 것도 중대한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해서도 지난 17일 트루스소셜에 "파월의 임기는 빨리 종료돼야 한다"고 했고, 전날에는 파월 의장을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뜻)이자, 중대 실패자(major loser)"라고 지칭했다.
이 역시 연준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시장의 불안을 불러일으키면서 미국의 실물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미중간 무역 협상이나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등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악재를 제거하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냄으로써 시장의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대중국 협상과 관련해선 이날 오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투자자 행사 발언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개 발언을 함으로써 시장에 확실한 안도감을 주려는 모습으로 읽혔다.
이에 이날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도 동시에 2%대의 상승세를 보이며 화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경고음에 화들짝 놀란듯 강경 일변도의 정책 드라이브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은 여전히 우려로 남는다.
그는 지난 9일 0시 1분부터 무역 상대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가 발효되기 시작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전격 발표했고, 시장은 이에 곧바로 반응하면서 급등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의 과격하고 파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로 인해 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치면 뒤이어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장 달래기' 발언은 그만큼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까지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이어 앞으로 반도체와 의약품 등을 대상으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는데, 실제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 언제든 미국 경제는 '널뛰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책에 대한 과감한 궤도 수정도 중요하지만, 시행에 앞서 철저히 검증하고 대비함으로써 실패를 막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집권 2기 출범 때보다 더 큰 긴장감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