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험 카르텔의 ‘페어플랜(FAIR Plan)’ 가입 강요에 재정피해”

2025-04-21 (월) 05:01: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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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피해자 집단소송 제기
▶ 보험국·보험사 ‘책임 져야’

▶ 보상 지연에 한도도 낮아
▶ 피해한도도 300만달러 불과

“보험 카르텔의 ‘페어플랜(FAIR Plan)’ 가입 강요에 재정피해”

LA 대형산불에 피해를 본 주택 소유주들이 보험사와 당국을 상대로 소송 제기에 나섰다. 대형 화재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LA 이튼 산불의 주택가 전경. [로이터]

지난 1월 발생한 LA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택 소유주들이 캘리포니아 주요 보험사와 당국을 대상으로 전방위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주택 소유주들은 보험사 및 당국이 ‘악의적인 공모’를 통해 공정 경쟁을 방해했다며 손해액의 3배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소송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1일 LA 타임스에 따르면 펠리세이드 화재와 이튼 화재의 피해자들은 지난 19일 LA 고등법원에 스테이트 팜을 비롯한 캘리포니아 보험국, 캘리포니아 페어플랜(FAIR Plan) 등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양대 대형 산불로 인한 한인 부동산 피해자들도 10여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에 제출된 재판 요구서에 따르면 피해 주민들은 “주요 보험사들이 사악한 공모를 통해 그들 간 경쟁을 없애기 위해 공모했다”며 “이들은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주택 소유자들이 캘리포니아 페어플랜을 수용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와 당국이 고위험 지역 주택 소유자들에게 더 이상 보험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캘리포니아 주 최후의 보루인 ‘페어플랜’을 가입하도록 내몰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어플랜의 보험료는 민간 보험과 비교해 훨씬 높은 데다 보장 한도는 300만달러에 불과하다. 상업용 건물이나 비즈니스 건물의 경우엔 각각 최대 2,000만달러로 일반 보험보다 보상한도가 취약하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피해 주민들은 각자가 입은 손해액의 3배를 요구하고 있다.

원고 측 로펌 중 하나인 셰르노프 비다트 에체베리아 LLP의 마이클 J. 비다트는 “보험은 주택 소유자들이 절대 필요 없기를 바라지만, 평상시에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재난 후 재건에 중요한 도움을 받기 위해 의존하는 상품”이라며 “피고 측은 은 사람들을 페어플랜으로 몰아넣기 위해 공모함으로써 고액 보험료 혜택을 누렸고, 지난 1월 산불과 같은 재난 발생 시 복구를 위해 주택 소유자들이 구매할 수 있었던 보험 혜택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컨슈머 워치독의 회장인 제이미 코트 역시 “보험업계는 고위험 지역 주민들에게 보험 혜택을 낮추도록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더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조직적인 시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민간 보험회사인 스테이트 팜은 캘리포니아 주 당국에 보험료 인상율 17% 요구안을 제안한 상태다. 스테이트 팜 측은 “(17%의 보험료율 인상은) 회사의 재정적인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캘리포니아에서 주택 보험 공급 여력이 더욱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어플랜은 캘리포니아에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며 민간 보험사들이 줄줄이 떠나자 만들어진 마지막 보루의 성격을 갖는 보험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캘리포니아 대형산불 등의 빈도수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플랜은 점점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2020년 약 20만건이던 페어플랜 가입 건수는 2025년 3월 현재 약 56만건으로 폭증했다. 특히 1월 LA 산불 피해만으로도 약 40억달러 손실이 발생해 재정은 사실상 바닥난 상태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보험위원회는 민간 보험사들에게 10억달러의 분담금을 부과하고, 피해보상액을 일반 소비자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LA에 살지도 않는 평범한 가정들이 이 피해 비용을 나눠 떠맡아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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