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차 가격 다음 달부터 본격 오른다”

2025-04-22 (화) 12:00:00 조환동 기자
크게 작게

▶ ‘트럼프 관세’ 영향 발효
▶ 수천달러 추가 부담해야

▶ 한 인들 ‘오르기 전 구매’
▶ 일부는 중고차로 눈 돌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다음날, 늦어도 오는 6월부터는 미국 내 자동차 판매 가격이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포드와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자동차값 인상이 불가피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포드자동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25% 수입차 관세가 유지될 경우, 5월 생산분 차량부터 판매가격(MSRP)을 조정할 계획이다. 가격이 오르는 차량은 6월 말 또는 7월 초부터 딜러에 도착할 예정이며, 이 시점부터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게 된다.


앤드루 프릭 포드 내연기관·전기차 부문 사장은 17일 딜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관세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재의 할인 행사가 종료된 이후 실질적인 인상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이미 출고된 차량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블룸버그는 “포드의 방침은 고율의 자동차 관세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가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6월부터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미법인 대표인 키엘 그루너는 “5월 말까지는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세가 유지될 경우 6월부터 가격 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루너 대표는 “6월 이후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어떻게 분산될 수 있을지 분석 후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기아도 이달 초 미국에서 가격을 향후 최소한 두 달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후에는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차 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구매하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LA에 거주하는 한인 박모씨는 “당초 올해 말 쯤 차를 교체할 계획이었지만 자동차 관세로 인해 최근 서둘러 현대차를 구입했다”며 “지난 주말 딜러에 많은 고객들이 몰려 차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차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일부 한인들은 중고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풀러튼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씨는 “가을에 대학에 진학하는 아들을 위한 신차를 구입할 계획이었지만 웬만한 소형차도 3만달러가 훌쩍 넘는 등 신차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며 “대신 2만달러 대의 중고차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중고차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카그루스에 따르면 전국 평균 중고차 가격은 이달 17일 기준 2만7,609달러로 지난해 11월 22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의 주요 타겟은 수입차이지만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관세도 부과되면서 미국서 생산된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신차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이어진다면, 차량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세가 철회되지 않는 한, 차량 생산과 유통에 드는 원가가 증가해 결국 상승한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차·기아, 닛산 등 제조사들은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수입 비중을 모두 만회할 수는 없다.

<조환동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