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 넘은’ 반이민 정책, 한인 목소리 모아야

2025-04-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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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기조는 단순한 국경 통제나 불법 체류 단속의 차원을 넘어,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민자 커뮤니티를 전방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모범적인 이민 공동체로 손꼽혀온 미주 한인사회는 그 충격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가진 유학생이나 영주권자들마저 부당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며,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일련의 반이민 정책들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강경 일변도였다. DACA 폐지 시도, 가족 초청 이민 축소, 취업비자(H-1B) 및 영주권 심사 기준 강화, 무차별적인 ICE 단속 등은 명백히 ‘이민자의 미국’이라는 건국 정신을 뒤흔드는 조치였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불법 체류자를 대상으로만 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 체류자에게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데 있다.

실제로 최근 미주 한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공항 입국 과정에서 이유 없는 억류나 비자 무효 통보, 부당한 입국 거부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일부 한인 영주권자들은 사소한 서류 오류나 과거의 무해한 이력 등을 이유로 이민국 심사 과정에서 과도한 조사를 받고 체류 자격을 위협받기도 한다. 이는 법을 준수하며 살아온 수많은 한인들에게 깊은 불신과 불안을 안겨주는 일이다.


이처럼 ‘도 넘은’ 반이민 기조는 한인사회의 심리적 위축과 경제적 피해로도 이어진다. 한인 자영업자들은 이민자 고용 문제로 단속에 노출되며 사업 지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학생이나 취업 비자를 준비 중인 청년들은 미래 계획 자체를 수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이민자’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은 갈수록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한인 2세대, 3세대의 미국 내 정착 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한인사회는 분명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 참여와 시민권 취득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이민자 권익을 위한 단체와의 연대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다. 침묵은 더 큰 배제를 낳을 뿐이다. 미주 한인 사회는 하나로 뭉쳐 차별에 맞서고, 공존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의 생존이며, 다음 세대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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