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자체 공장 보유 LG엔솔·SK온 등 공급 계약 가능성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로이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비밀리에 전기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화제가 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배터리사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자체 공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이 배터리 공급사 후보망에 올랐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K-배터리가 미국 시장 내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3일(한국시간) 업계에 따르면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8일(미국시간) 베이조스가 미시간주에 본사를 둔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2년 설립된 슬레이트 오토는 미국의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리빌드 매뉴팩처링'(Re:Build Manufacturing) 내 프로젝트 '리카'(Re:Car)로 시작됐으며, 내년까지 약 2만5천달러에 판매할 수 있는 2인승 전기 픽업트럭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슬레이트 오토가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전기차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슬레이트 오토 배터리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 대규모 배터리 양산 체계를 갖춘 것은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정도다.
이중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대표적인 공급업체인 데다 미국에 보유한 공장 2곳 중 1곳은 테슬라와 합작법인(JV)인 만큼 사실상 수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이조스가 머스크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점을 고려하면 파나소닉과 손잡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K-배터리 3사, 그중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말 스텔란티스와의 인디애나주 코코모 JV가 부분 가동에 돌입했으나, JV 특성상 스텔란티스 공급용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 내에 지분 100%를 보유한 자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 SK온은 조지아주에 각각 자체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는데 두 곳 모두 슬레이트 전기차 생산지까지 배터리 육상 이송에 무리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슬레이트 오토는 2026년 말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인근의 생산 시설에서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고전압 배터리 팩과 전기 모터, 기타 관련 기술의 경우 외부 공급업체에서 조달할 예정인 것으로 추정된다.
K-배터리가 실제 슬레이트 오토의 배터리 수주 계약을 따낼 경우 미국 내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내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국산 배터리 공급량 점유율은 40%를 넘어섰다. 미국이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국내 배터리 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아마존 운송용 차량까지 협업 관계가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아마존은 2023년 기준 미국 물류 시장에서 점유율 27%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전 세계적으로 4만대가 넘는 세미 트럭과 3만대 이상의 배송 밴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송용 차량 수요가 커지며 2019년부터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서 약 2만대의 리비안 전기차를 배송용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리비안의 배송용 전기차(EDV)를 1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리비안 EDV는 대당 가격이 8만∼9만달러 수준인 만큼 대규모로 구입해 운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향후 슬레이트 오토의 차량이 아마존 배송용 차량으로 채택될 경우 배터리 공급사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연간 약 300만대의 픽업트럭이 판매되는데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1천600만대 안팎임을 고려하면 신차 5대 중 1대는 픽업트럭인 셈"이라며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슬레이트 오토와 실제로 손을 잡게 된다면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기여한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