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사건, 사소한 피해라도 적극 신고해야
2025-04-11 (금) 12:00:00
팬데믹 사태 이후 미국 내 아시아계 대상 인종차별과 증오범죄가 급증해 온 가운데,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증오사건도 만만찮게 늘어나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LA 카운티 인권위원회가 처음으로 LA 지역에서 발생한 증오사건에 대한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지난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35% 증가를 보였다는 것이다.
‘증오범죄’에 비해 덜 심각하다는 인상을 주는 용어인 ‘증오사건’은 인종이나 성별, 종교 등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언어폭력, 증오의 표현, 괴롭힘 등을 보통은 범죄로 처벌되지는 않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가 반복되거나 상대방에 의해 폭력적 위협이 있다고 느껴질 경우에는 기소가 가능한 형사적 범죄가 될 수도 있다.
LA 카운티 인권위의 보고서에 나타난 사례들 중에는 LA 한인타운 지역 지하철에서 벌어진 언어폭력 행위 등도 담겨 있다. 한 아시아계 여성이 지하철을 타고 한인타운을 지나고 있는데 히스패닉계 남성이 갑자기 다가와 면전에 대고 상스러운 욕설과 함께 “아시안들, 너희가 코로나를 만들었어”라고 퍼부었다는 것이다. 비록 증오에 바탕을 둔 신체적 폭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런 언어폭력의 피해를 당하는 당사자는 어떤 범죄 행위 못지않게 위협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LA 카운티 인권위가 이번 보고서를 발간하며 “증오사건은 범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두려움과 상처를 남긴다”며 “커뮤니티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증오사건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사법 당국과 전문가들은 사소한 일이라도 증오 행위의 대상이 됐거나 피해를 당했다면 반드시 신고를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증오사건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통계로 나타나는 심각성을 알 수 있게 해야 이에 대응하는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오범죄든 증오사건이든, 적극적인 신고만이 또 다른 피해와 희생을 막는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