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센터 영어 클래스
▶ 70·80대 제자들 가르치는 20대 유준호·신예리 강사
▶ “영어 장벽 극복 도와요”
![[인터뷰] “세대를 뛰어넘은 영어 공부” [인터뷰] “세대를 뛰어넘은 영어 공부”](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4/07/20250407174227671.jpg)
시니어센터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의사 지망생 유준호(왼쪽)·신예리 강사.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하며 익숙하지 않은 언어 앞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저희는 한인 시니어분들이 언어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돕고자 시니어센터에 모였습니다.”
의사를 꿈꾸는 20대 한인 젊은이 두 명과 영어가 서툰 80대 제자들이 만나 세대차를 넘어선 특별한 영어 수업이 LA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 센터(이하 시니어센터·이사장 신영신)에서 이어지고 있다.
시니어센터 4월 새 학기에서 ‘영어신문 읽기’를 담당하는 신예리 강사와 ‘영어 스피킹’을 맡고 있는 유준호 강사는 모두 의사를 꿈꾸는 20대 젊은 선생님들이다. 이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의대 진학을 앞두고 있다는 점 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공감에서 비롯된 책임감’이 그것이다.
신예리 강사는 2020년 UC 데이비스에서 신경생리학을 전공해 졸업한 후 의대 진학을 앞두고 있다.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신씨는 10살이 갓 넘은 나이부터 가족의 통역사 역할을 해야 했다. 신씨는 “겨우 10살 때부터 이메일, 법률 문서, 대화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고 전달해야 했다”며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책임을 져야 했지만, 그만큼 언어의 장벽이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조롱받거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듣는 일이 있었고, 이는 나에게도 상처가 됐다”며 “그때 느낀 감정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시니어분들을 돕고 싶다는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USC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역시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인 유준호 강사는 스스로를 ‘제3문화 아이들(Third culture kid)’이라고 정의한다. 유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며 두 문화의 차이를 경험하고, 언어의 장벽이 가져오는 고통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경험이 한인 시니어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니어들의 눈높이에 맞춰 준비된 수업은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신예리 강사는 “영어신문 읽기 수업은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시니어들이 다양한 사회 이슈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며 “열심히 준비한 수업을 시니어분들이 즐겁게 참여해 주실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들의 목표는 한인 시니어들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유준호 강사는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사람들 간의 신뢰와 연결을 만드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실제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중심으로 영어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 시니어 분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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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