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 헤지펀드 발 빼는데… 서학개미, 5조 ‘묻지마 투자’
2025-04-08 (화) 12:00:00
강동헌 기자
▶ 개인, 레버리지 ETF에 뭉칫돈
▶ 테슬라·엔비디아 등 매수 늘려
▶ 미 헤지펀드, AI·기술주 매도세
미국의 관세 정책 충격에 아랑곳없이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5조 원까지 매수세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투자 위험이 높은 레버리지(차입투자) 상품들을 집중적으로 매수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작 글로벌 투자 은행(IB)들은 잇따라 뉴욕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중이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3월 5일~4월 3일)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총 39억4,688만 달러(약 5조6,768억 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 일주일(3월 27일~4월 3일) 동안에도 11억650만 달러(약 1조6,171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 열기를 이어갔다.
이 기간 서학 개미들은 레버리지 상품에 대거 베팅하며 위험한 투자를 늘렸다. 서학 개미들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상장지수펀드(ETF)(SOXL)’를 4억5,592만 달러(약 6,663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테슬라에 9,910만 달러(약 1,448억 원), 엔비디아에 9,494만 달러(약 1,397억 원) 투입하며 고위험 기술주에 투자를 집중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단기 수익에 집중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작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서학개미들이 뛰어든 종목을 손절하고 있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최근 자사와 거래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6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기술주를 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 간 두 번째 큰 규모의 매도세로, 특히 인공지능(AI) 하드웨어 관련 기술주에 매도가 집중됐다고 골드만삭스는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보복 관세는 미·중 무역 갈등의 장기화를 시사하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안전 자산인 엔화 수요가 급증해, 엔·달러 환율이 1달러 당 140엔 초반 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강동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