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푸틴에 ‘처음’ 화낸 트럼프…핀란드 대통령 ‘골프외교’ 통했나

2025-03-31 (월) 10:19:29
크게 작게

▶ ‘유럽 종전특사 자임’ 깜짝 방미… “수주간 물밑접촉 뒤 성사”

▶ 트럼프에 ‘휴전 데드라인’도 제안하며 존재감 과시

푸틴에 ‘처음’ 화낸 트럼프…핀란드 대통령 ‘골프외교’ 통했나

트럼프가 올린 핀란드 대통령과 골프 회동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외교'에 나선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유럽의 '비공식적 종전 특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31일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스투브 대통령은 지난 29일 플로리다주를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치고 오찬을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한 뒤 자신이 즐기는 골프 회동에 유럽 정상을 초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익명의 소식통은 골프 라운드 일정이 수주간 물밑 조율을 거쳐 지난주 확정됐다고 전했다. 또 스투브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상원의원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만큼 이번 회동도 그레이엄 의원이 주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투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서 부활절이자 트럼프 대통령 취임 3개월을 맞는 4월 20일로 휴전일을 정하라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휴전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선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골프 회동 뒤 그가 전한 메시지는 꽤 주목할만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겐 러시아가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폭넓게 영향을 미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스투브 대통령과 골프 라운드가 끝난 지 몇시간 만에 NBC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고 언급했다.

종전에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하고서 "내가 러시아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난 러시아에서 나오는 모든 원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도 이른바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인터뷰 이후 기자들과 만나선 러시아를 향한 발언 수위를 조절하긴 했지만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적으로는 스투브 대통령의 설득이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던 셈이라고 폴리티코는 해설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유럽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전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는 '절묘한' 균형을 유지했다고 호평받았다.


관세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하려 안간힘을 쓰고도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다른 유럽 정상들과도 대조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한 차례도 회동하지 않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미국과 유럽 간 '가교'를 자임하고는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투브 대통령에게 핀란드산 쇄빙선을 대량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 세계 쇄빙선의 약 80%가 핀란드 기업에 의해 설계되며 그 가운데 상당량이 핀란드 내 조선소에서 건조된다.

스투브 대통령은 유럽 공동의 현안뿐 아니라 자국의 실리도 챙긴 셈이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