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선거제 개편’ 행정명령… “시민권 증빙해야만 투표”

2025-03-25 (화) 07: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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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사기 탓 2020년 대선 패배” 주장하다 선거 제도까지 손대

▶ “빈곤층 등 유권자 수백만명 사실상 투표권 박탈 우려”…주정부들 “불법적” 규탄

'선거사기' 탓에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졌다고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미국 시민권자임을 입증한 사람만 연방 선거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AP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국 선거지원위원회(EAC)의 유권자 등록 서식에 시민권 증빙을 추가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일론 머스크가 사실상 지휘하는 정부효율부(DOGE)가 국토안보부(DHS)의 협조를 받아 각 주의 유권자 명부를 검토하기 위한 소환장을 발부받을 수 있고, 이번 명령을 준수하지 않는 주에는 재정 지원이 삭감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행정명령에는 투표일까지 접수되지 않은 모든 투표지는 무효로 처리해야 하며, 연방 법무부가 이를 단속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란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조치는 우편투표 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주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주에서는 투표 종료 이후 우편으로 배송된 투표지에 대해서도 발송일자가 투표일 이전이면 유효한 것으로 보고 정상적으로 접수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 행정명령이 우리 선거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취해진 공화국 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행정명령이라고 믿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빈곤층과 저소득층 미국인의 경우 시민권 증빙 절차를 밟을 여유가 마땅치 않아서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해 우편투표 이외의 수단을 쓰기 힘든 유권자들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법학 교수인 릭 하센은 수백만명의 유권자에게서 투표권을 박탈할 '행정적 권력 강탈'이라고 비난하고 "이것의 목적은 순전히 유권자를 억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사기는 극도로 드문 까닭에 이번 행정명령은 불법적 유권자를 잡아내고 억제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합법적 유권자에게서 사실상 투표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우편투표를 비롯해 자신이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투표관행을 오랫동안 비난해 왔다"면서 "2020년 대선 이후 그는 (우편투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선거법 개정을 요구해 왔고, 이날 행정명령에 명시된 것들은 그런 내용 중 일부"라고 전했다.

법적 다툼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콜로라도 주정부 등은 이번 행정명령을 '불법적'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독립기관인 EAC에 의회를 통하지 않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릴 권한이 있는지도 논란 거리다.

하센 교수는 "내용을 제쳐놓고 보더라도 트럼프가 EAC에 뭔가를 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큰 의문이 있다"면서 "내 생각에 답은 '아니오'다. 다만 이 사항은 법정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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