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프레몬트 레닌동산 또 수난 ...우크라 상징 주황ㆍ노란색 페인트 던져 훼손

2025-03-13 (목) 07: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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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프레몬트에 위치한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이 또 다시 페인트로 훼손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누군가가 최근 레닌 동상에 주황색과 노란색 페인트를 던졌다.
경찰은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3주년을 맞아 벌어진 반러시아 시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레몬트에 세워진 이 동상은 지난 2017년 6월 사망한 불가리아 조각가 에밀 벤코프가 198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의 의뢰를 받아 포프라드시에 건립했었다. 포프라드는 현재 슬로바키아 도시다.
불길에서 뛰어나오는 레닌의 모습을 형상화한 16피트 크기로 무게가 7톤인 이 동상은 이듬해 공산당이 붕괴되자 슬그머니 철거됐다.
이사콰 주민 루이스 카펜터가 1993년 포프라드를 여행하다 현지 고철 야적장에서 이를 발견, 자기 집을 저당 잡아 수송비를 마련한 후 이를 시애틀로 옮겨왔고 그의 조각가 친구인 피터 베비스가 2년 후 프레몬트에 설치했다.
이 동상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카펜터는 지난 1995년 이후 이를 매물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프레몬트에 세워진 이후 소련 공산주의 지도자인 레닌이 등장하는 이유로 오랜 논란을 일으켜 왔다.
동상은 종종 붉은 페인트로 훼손되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지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프레몬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동상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주민들은 “대량 학살을 저지른 독재자를 기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철거를 주장하는 반면 반대파 주민들은 “프레몬트의 독특하고 반항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일 뿐”이라며 존치를 지지하고 있다.
프레몬트 레닌 동상에 대한 훼손 사건이 단순한 반공주의적 행동인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메시지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동상의 존재 자체가 향후에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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