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제안에 우크라·유럽 환영·러 압박…대러 메시지 모처럼 일치
▶ 러, 단기적 휴전엔 부정적… “어떤 유예도 못 받아들여”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동한 미국·우크라이나 고위급 대표단[로이터]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급 대표단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30일간 멈추는 방안에 공감하면서 서방 진영의 내부 균열을 낳았던 종전 논의 구도가 새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 파행'으로 터져 나온 미국·우크라이나 간 갈등은 이번 휴전안을 촉매 삼아 봉합 국면으로 전환했다.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종전 논의에 불만을 표출하던 유럽 진영도 이날 미국·우크라이나가 공동성명에 담은 휴전안을 환영하면서 서방이 함께 러시아의 휴전안 수용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이끄는 양국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나 30일간의 휴전 방안 추진에 전격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의 대가로 미국이 요구해온 광물협정 역시 조기에 타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설전을 벌이고 회동이 파행으로 마무리된 지 11일 만이다.
회동 파행 당시 표면화한 양국 간 갈등의 본질은 종전을 대하는 시각차와 관련이 깊다. 그간의 무기 지원을 보상하고 신속히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는 미국과 지속적인 안보 보장을 해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차는 컸다.
미국은 무기 지원 및 정보 공유 중단으로 우크라이나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도 했다. 위기감을 느낀 우크라이나가 영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과 긴밀한 논의 끝에 단계적 평화 구상인 휴전을 대안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포로 교환 및 공중·해상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1개월 휴전 방안'은 줄곧 미국의 안보 보장을 종전 논의의 선결 조건처럼 주장해온 우크라이나의 태도에는 종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미국의 지적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결과다.
이날 고위급 회동에서 미국은 이 같은 우크라이나의 태도 변화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미국 대표단이 먼저 '30일 휴전안'을 우크라이나 측에 제안한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 방안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러시아가 30일 휴전안에 동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미국의 제안을 환영하며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유럽은 이날 회동 결과를 호평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공동 입장문에서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이며 정의롭고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긍정적 전개"라고 환영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성명에서 "놀라운 돌파구를 축하한다"고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은 러시아를 향해 30일 휴전안을 수용하라며 모처럼 일치된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주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을 추진하겠다며 러시아의 호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 방안을 받아들이도록 미국이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코스타 상임의장은 "이제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말했으며 스타머 총리도 "러시아는 이제 휴전과 전투 종료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변수는 단기 휴전안에 부정적인 러시아의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유화적인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 소통하는 한편 전황상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를 더욱 밀어붙이려는 러시아로선 단기 휴전안을 우크라이나의 '시간벌기 전략'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 휴전이나 공중·해상 휴전 방안을 거론했을 당시 "최종 해결에 대한 확고한 합의가 필요하며 어떤 유예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물론 이번 30일 휴전안은 유럽이나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수용을 바란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