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스라엘, 가자지구 전기 차단·폭격…하마스 전방위 압박

2025-03-09 (일) 05: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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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목전 ‘지옥 계획’ 현실화 촉각…가자주민 내보낼 이민국 설립도 준비

▶ 하마스는 “합의 준수하라”며 맞서…연일 폭격 이어지며 긴장 고조

이스라엘, 가자지구 전기 차단·폭격…하마스 전방위 압박

폐허가 된 가자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모닥불을 피운 주민들 [로이터]

이스라엘 당국이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영상 성명에서 즉각 가자지구 전기 공급을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코헨 장관은 "모든 인질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하마스가 '다음 날'(종전 이후)에 가자지구에 남아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처는 가자지구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해수 담수화 시설 두 곳의 운영을 어렵게 해 가뜩이나 심각한 수준인 물부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기샤'의 타니아 하리 대표는 가자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해수 담수화 시설의 경우 하루 1만8천t의 식수를 공급해 왔지만 디젤 발전기를 돌린다면 하루 2천500t 수준으로 공급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공영 칸 방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철군 없이 추가 인질 석방을 끌어내고자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는 등 가자지구를 강도높게 봉쇄하는 이른바 '지옥 계획'을 추진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AFP 통신을 통해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구호물자 반입을 제한이나 조건 없이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집트와 카타르의 중재자들, 그리고 미 행정부내 보증인들에게 (이스라엘이) 합의를 준수하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하며, 합의된 조건에 따라 (휴전) 2단계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했던 42일간의 휴전 1단계는 지난 1일 이미 만료됐다. 양측은 일주일 넘게 교전을 재개하지는 않았지만 휴전 연장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양측이 약 50일의 휴전 연장에 합의하고 이 기간에 하마스가 즉시 남은 인질의 절반을, 영구 종전에 합의하면 나머지를 석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일부터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을 막은 뒤 하마스에 이 방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으나 하마스는 당초 합의대로 휴전 2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마스는 남은 인질과 교환해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추가로 석방하고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군과 영구 휴전을 끌어내는 것을 2단계 협상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설정했다.

하마스는 중재국 이집트에서 휴전 2단계 협상을 위한 사전 논의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는 10일 중재국 카타르에 휴전 논의를 위한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다. 위트코프 특사도 11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구호품 반입과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곳곳을 지속적으로 폭격하는 등 무력을 동원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당국자들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대규모 공세를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선 매일같이 폭격이나 무인기(드론) 공격 등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9일에도 가자 북부를 폭격하고 이스라엘군 병력과 가까운 지역에서 지면에 폭발물을 매설하던 무장대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의 대표적 극우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날 220만 가자 주민을 제3국으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개발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영구적으로 떠나길 원하는 주민들을 돕기 위한 '이민국' 설립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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