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와 국민연금 등 기관 작년부터 홈플러스 가치평가 견해차…”손실처리”

홈플러스가 4일(한국시간)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금융채권 상환을 유예받은 가운데, 개인이나 법인에 소매판매된 금융채권이 최대 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매판매 금융채권 투자자의 손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관계기관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홈플러스가 외상매출채권 3천억원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300억원 등 상거래채권 변제를 위한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는지도 주시할 계획이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이미 작년부터 홈플러스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이견이 있던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국민연금 등은 이미 홈플러스 투자분을 회수불능으로 판단해 손실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식(RCPS) 5천826억원 중 리파이낸싱과 배당금 수령을 통해 회수한 3천131억원을 제외한 투자금의 회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부채에서 자본으로 상환조건 변경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유동화증권·CP 등 소매판매 물량 최대 6천억…줄소송 가능성도
9일(이하 한국시간)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 부채와 리스 부채 등을 제외한 홈플러스의 금융채권은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CP), 전단채 등으로 모두 약 6천억원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 물량이 대형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판매된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물품대금, 외상담보채권 등 상거래채권 등은 변제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채권의 경우 채무불이행이 이미 시작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은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발행한 3천788억원,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가 발행한 281억원 등 총 4천19억원 규모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달 5일 만기가 돌아온 제76-1회 ABSTB의 만기 미상환을 이유로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발행한 전량을 부도 처리(신용등급을 D로 하향 조정)했다
10일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가 발행한 제22-1회가 채무 불이행이 확인되면 나머지 281억원 물량도 부도 처리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중 약 3천억원의 물량이 소매판매됐다는 점이다.
이 ABSTB는 홈플러스가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것으로, 카드사들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대금을 회수했으나 신영증권[001720]을 통해 ABSTB를 산 투자자들은 사실상 손실을 눈앞에 두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도 처리한 4천억원 규모 중 소매판매된 것이 3천억원가량으로 파악된다"며 "순수 개인에게 간 물량 규모는 모르겠지만, 소매판매량이 꽤 많아서 개인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잔액(지난 4일 기준 1천880억원) 중에서도 상당량이 개인과 법인 등 소매판매 투자자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금융채권의 투자 손실이 확정되면 시장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라면 담당자가 문책받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개인 투자자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홈플러스나 MBK파트너스 측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판매 증권사도 홈플러스의 신용평가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불완전판매 이슈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투자자 보호 등과 관련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상거래 채권 변제를 위한 유동성을 원활히 확보하는지도 예의 주시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외상매출채권은 3천억원,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300억원으로 파악된다.
◇ MBK vs 국민연금 등 기관 홈플러스 가치평가 이견…"회수 불가능 손실 처리"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 간에 작년부터 홈플러스 가치평가에 견해차가 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작년 말에도 홈플러스의 가치를 1조5천억∼2조원으로 평가했지만, 국민연금과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투자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상각 처리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3조2천억원을 동원하기 위해 활용했던 3호 블라인드 펀드 기관투자자들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홈플러스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각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에는 국민연금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테마섹 등이 참여했다. 국민연금은 이 펀드를 통해 보통주 295억원 상당에 투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홈플러스 보통주를 전액 손실처리 했다"면서 "MBK는 작년 말 홈플러스의 가치를 1조5천억∼2조원으로 평가해 보고했고, 국민연금과 다른 기관 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가치를 0으로 보면서 갈등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파 등 다른 인수기업들도 밸류에이션 갭이 컸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미 회수불능이 예견돼 있었음에도 홈플러스에 CP와 전단채,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발행 등을 감행하게 해 소매투자자들을 손실 가능성에 직면하게한 MBK파트너스에 금융당국이 검사권을 발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시장의 안정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업무와 재산 상황을 검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국민연금이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투자한 홈플러스 RCPS 5천826억원의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특정 조건에서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권이 부여된 우선주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RCPS 발행조건 변경에 합의한 적이 없으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 조건은 투자 당시와 비교해 변경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RCPS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것이 아닌, 홈플러스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것이다. 홈플러스 부채비율에 영향을 주는 홈플러스 발행 RCPS는 한국리테일투자가 보유하고 있었고, 홈플러스와 한국리테일투자는 지난달 상환조건 변경에 합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