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4일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이들 3개국이 맞서 보복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관세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오전 0시1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대중국 관세는 조만간 20%로 오를 예정이다. 이에 맞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보복 관세 부과를 발표했거나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미국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식료품, 맥주, 자동차 등 모든 소매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관세로 인해 자동차는 평균 3,000달러 이상, 맥주 가격은 최대 12%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캐나다·멕시코 등 3개 국가 제품은 미국 수입품의 최소 40%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수입 과일의 약 절반과 수입 채소의 3분의 2가 멕시코산이다. 전자제품 역시 중국과 멕시코에 공급망을 의존하는 제품 비중은 각각 55%, 20%에 이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 관세로 인해 차량 당 평균 3,125달러의 비용이 추가돼 신차 평균 가격이 5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달간 관세유예 결정이 나오긴 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경우 올해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미국 경제가 꺾이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여기에 고용과 물가 불안감까지 커지면서 경제 낙관론은 급속하게 식고 있다. 그동안 미국 경제 독주의 기반이 됐던 뉴욕 증시에 대한 자신감도 줄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월가 전문가들은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공급망과 교역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미국발 관세 전쟁의 파급력이 고스란히 미국 경제에 전가될 수 있음을 트럼프 행정부는 하루빨리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