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 입원 9일째 첫 ‘위중’ 표현…교황 “내 상태 알리라” 지시
▶ “위험 못벗어난 상태”…호흡곤란에 산소투여·혈액문제에 수혈
▶ 의식있는 상태로 지내…교황청 “회복·복귀가 최우선” 사임설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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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치료를 위해 입원한 제멜리 병원의 전경 [로이터]
폐렴 진단을 받고 9일째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현지시간) 한때 호흡곤란 증세를 겪는 등 병세가 계속 위중한 상황이라고 교황청이 밝혔다.
교황청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교황의 상태는 여전히 위중하다"며 "따라서 어제 설명한 바와 같이 교황이 위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이 교황의 입원 뒤 그의 병세를 설명하며 '위중하다'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병세를 설명할 때 쓰는 '위중하다'(critical)는 표현은 종종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매우 심각해 즉각적이고 집중적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흡과 혈액에 문제가 발생해 산소 투입과 수혈 치료까지 받았다.
교황청은 "교황이 오늘 오전에 천식과 비슷한 지속적 강도의 호흡 곤란을 보여 고용량 산소 치료를 받았다"며 "오늘 혈액 검사에서 빈혈과 연계된 혈소판감소증 역시 나타나 수혈을 했다"고 밝혔다.
병세가 다소 악화하기는 했으나 교황은 여전히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병실에서 주변에 반응하며 일상을 소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은 "교황이 의식이 있고 오늘은 안락의자에서 보냈지만 어제와 비교할 때 더욱 피곤한 상태였다"며 "현시점에서 향후 상태(예후)는 계속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올해로 88세인 교황의 나이와 약화한 건강 상태, 기존의 폐 질환을 고려하면 그가 위험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특히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쪽 폐에 앓고 있는 폐렴 때문에 겪을 수 있는 합병증인 패혈증을 중대한 우려로 지목했다.
교황의 담당의 세르지오 알피에리 박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교황에 있어서 가장 큰 위협은 호흡기에 있는 세균이 혈류로 침투해 패혈증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호흡기 문제와 그의 연세를 고려하면 그가 패혈증에 걸린다면 회복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며 교황의 쾌유를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알피에리 박사는 "교황이 자신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이런 사실을 전하라고 우리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전날 기준으로 교황에게 패혈증 징후는 없었다며 복용 약물이 잘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혈소판 수치 감소는 약물의 부작용이나 감염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 교황청은 와병 중인 교황이 사임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과 소문에 대응하고 나섰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사임한다는 소문은 "불필요한 것"이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교황의 회복과 복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통제되지 않은 루머가 퍼지고 몇몇 잘못된 발언이 나오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임과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건강상 이유 등을 이어 생전에 자진 사임한 전임자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높이 평가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사임 서한을 작성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파롤린 추기경과 교황의 수석 교회법학자가 비밀리에 병원을 찾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교황이 사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증폭했다.
교황청은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교황은 이달 초부터 기관지염을 앓다 지난 14일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초엔 '다균성 호흡기 감염'으로 복합적 임상 상황을 겪고 있다고 전했던 교황청은 지난 18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양쪽 폐에 폐렴이 확인됐다고 알렸다.
지난 19일부터는 혈류 지표가 안정적이고 발열이 없는 등 교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의료진은 전날 병세가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오는 23일까지 교황의 모든 외부 일정은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취소됐다.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어오던 주일 삼종기도를 지난 16일에 이어 23일에도 집전하지 못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