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제 되길 원하나” 브라질 룰라, 연일 ‘트럼프 비판’

2025-02-20 (목) 10: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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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되길 원하나” 브라질 룰라, 연일 ‘트럼프 비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로이터]

"세계의 황제가 되려고 하는가"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의 야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연일 각을 세우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세계 황제가 되려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는 지난 70년 동안 거버넌스의 모범이었지만, 그(트럼프)는 모든 국가에 간섭하려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로 중계된 이날 인터뷰에서 룰라는 다소 강한 어조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주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로 낙인찍으며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한 책임 소재를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듯한 비난을 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현지 매체 G1은 전했다.

룰라는 지난 5일 인터뷰에서도 "허세를 부려서는 안 될 일"이라며 트럼프의 관세 부과 위협과 외국 영토 관련 발언을 직격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이라는 트럼프 미 대통령 구상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계획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말하지 말라"고 성토한 바 있다.

인구 세계 7위(2억1천만명)이자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권의 남미 최대국을 이끄는 룰라 대통령은 미국 국가원수의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 없이 백악관과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조 바이든 전 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대해 '미국과 서방 책임론'을 띄우거나, 중국 위안화 결제 확대 결정으로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주도하는 게 그 대표적 사례다.

이는 현지에서 '역내 결속 및 비동맹 중립 전략'으로 평가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미국 정책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 대상으로 직접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고 폴랴지상파울루를 비롯한 일부 현지 매체들은 짚었다.


이는 브라질 국내 정치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 검찰은 최근 '열대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룰라 정부 전복 모의 및 대통령 암살 모의 관여 등 혐의로 기소했다.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근소한 득표율 차로 석패한 직후 지지자들의 대규모 선거 불복 폭동을 부추겼다고 수사기관은 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과거 보우소나루 재임 시절 브라질 정부의 '친(親)트럼프' 행보를 수시로 비난하며 "미국 정부에 굴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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