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스칼럼] 1센트의 경제학

2025-02-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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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만 해도 미국의 많은 동전은 은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은은 상대적으로 비싼 금속이어서 주조 단가를 낮출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방의회는 지난 1965년 은화 주조를 중단시키고, 더 싼 금속으로 동전을 만들도록 했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의 동전은 구리, 아연, 니켈로 되어 있다.

동전 속을 더 들여다보면 1센트는 아연에 구리 도금, 5센트는 구리 75%에 니켈 25%, 10, 25, 50센트는 표면은 5센트 동전과 같지만 핵심부에는 구리가 들어 있다.

1센트 동전, 페니가 최근 다시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수퍼 보울 때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에 날린 ‘페니 폐지론’ 때문이다. 주조 단가가 액면 가치 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 등이 이유로 거론됐다. 한 때 미국에서는 0.5센트 동전도 통용됐었다. 지난 19세기 초 60여년 간 사용되다 없어졌다.


페니의 가치는 지난 10년 새 인플레 때문에 세 토막이 났다. 동전 주조에 드는 금속 값은 올랐다. 주조 단가가 액면가 보다 훨씬 높아진 이유다. 페니 뿐 아니라 니켈로 불리는 5센트짜리도 마찬가지다.

연방 조폐청(U.S. Mint)에 의하면 지난 2024 회계연도에 페니의 주조 단가는 3.69센트였다. 그 전 해 3.07센트에서 많이 올랐다. 이로 인한 ‘손해’가 8,500만달러라고 한다. 니켈 제조 원가도 지난 회계연도에 13.70센트. 그 전 해는 11.54센트였다. ‘니켈 적자’ 도 1,500만 달러. 전체 동전 주조로 인한 ‘수익’은 연 1억달러에 이르지만, ‘깡통 동전’이 돼 버린 두 저가 코인의 불효가 심하다.

페니의 존속 여부를 놓고는 찬반이 나눠져 있다. 페니 폐지론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만 해도 지난 1989년, 하원에 ‘가격 반올림 법’이 상정됐다. 거래의 최소 단위를 5센트로 하자는 것이다. 5를 기준으로 해서 가격을 반올림하자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1센트짜리가 소용없게 된다. 이 법안은 부결됐다. 30여년 후인 지난 2017년, 상원에 유사한 내용의 ‘동전법’이 상정됐다. 당시 잔 맥케인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법안에는 1달러 지폐를 동전으로 대체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으나 이 역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동전 발행 여부는 의회의 권한이라고 말한다. 전쟁 선포권, 세금 부과 등과 함께 헌법에 의해 의회 고유 권한으로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마음 대로 시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면 트럼프 시대에 다반사인 법정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두고 봐야 겠으나 대통령은 의회 절차를 무시하고 재무장관에게 명령해 페니 폐지를 시행할 기세다. 여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사전에 보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불쑥 시행하면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여전히 페니는 쓰이는데 더 이상 만들지는 않는다? 수요는 전과 같은데, 공급만 변하면 상거래에 혼란이 불가피하다. 페니를 퇴출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반올림 법’ 같은 대비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식 ‘페니 없는 세상’ 추진은 앞 뒤 순서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페니 주조는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1990년 대에는 1센트 동전을 매년 110억 센트(1억 1,000만 달러)씩 찍어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20년에는 50억 센트(5,000만 달러)로 확 줄었다. 아직 연초이긴 하지만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25만 센트(2,500 달러)어치만 주조됐다. 인플레가 심화되면서 1센트는 돈같이 여겨지지 않는다. 페니가 황혼기에 접어 든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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