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사색과 검색’

2025-02-06 (목) 0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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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지식, 정보, 알림이 홍수처럼 쏱아져 나오는 시대에 얻길 원하는 정보들을 가장 손쉽게 얻는 방법이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이용해 검색 해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각종 정보들을 거의 취득할 수 있다. 신앙생활의 도구인 성경귀절, 성경해석, 설교, 찬송가도 검색된다. 심지어는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진 뛰어난 설교들도 검색된다. 저명한 신학자들의 논문과 강연들도 물론 검색 된다. 오늘날은 가히 검색 만능 시대이다. 과학과 기술의 혁명적 발전 덕분이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대다수 인간들에게 부족한게 있다. 그것은 사색이다. 현시대의 증상인양 모든 연령을 초월해 검색활동은 활발한데 반면에 사색활동은 지지부진하다. 사람들은 계절들 중에서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말한다. 헌데 가을철이라고 타 계절들보다 더욱 사색을 즐기는 이들이 드물다. ‘사색(思索)하다’의 문자적 의미는 ‘생각해서 찾는 것’이다. 또한 사색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다.’이다. 사색에 근거하지 않고 하는 말과 행동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또한 사색없이 하는 말들을 듣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비판하는 말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밀림의 성자’로 불리는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의사, 철학박사, 신학박사 학위를 지닌 루터교 목사였다. 그는 사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색의 방기는 정신상의 파산 선고이다. 자기의 사색에 의하여 진리를 인식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잃었을 때 회의가 시작된다.” 영국 경험주의 철학자 존 로크(1632-1704)는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줄 뿐 그 자신의 것을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라고 말했다. 개역 혹은 개역개정 성경이나 새번역 한글성경에서 ‘사색하다’ 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사색과 같이 ‘깊이 생각하다’라는 뜻을 지닌 ‘묵상하다’는 말은 많이 나온다. 시편 1:1-2에 “복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했고, 여호수아 1:8에 “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가운데 기록한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라 네가 형통하리라” 했다. 시 19:14에서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했고 시편 143:5에서는 “내가 옛날을 기억하고 주의 모든 행하신 것을 묵상하며 주의 손이 행사를 생각하고” 했다. 위에 언급된 구절들에 사용된 묵상이란 성경적 의미로 ‘하나님 말씀에 대해 말없이 진득하게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사색과 묵상은 그 깊이와 가치, 무게와 비중에 있어서 검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설교의 예를 들자면 이렇다. 이곳저곳에서 검색하고 발췌해서 준비한 설교와 사색하고 묵상해서 나오는 설교는 깊이가 다르고 차원이 다르다. 파급되는 감동과 영적 영향력도 다르다. 설교를 준비해 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설교자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 그런데 설교 당사자 만이 아니라 그것을 듣는 청중들도 그 설교의 깊이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구별할 줄 안다. 묵상에서 우러나오는 설교는 청중들에게 새롭고 강력하게 다가온다. 영혼과 마음의 찔림으로 부딪혀 온다. 반면에 주로 검색을 통해 구성된 설교는 아무리 유려한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을 덧붙여도 듣는 이들에게 큰 감흥과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고 달콤하게만 들릴 뿐이다. 현대 교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의 일정부분은 잘못된 말씀선포내지 전달로 인함인데 그것들의 직접원인중 하나는 사색하지 않고 묵상하지 않는 사역자의 삶이며 설교이며 활동이다.

바람직한 사색이나 묵상은 필연 삶에의 실천적 적용으로 이어진다. 즉 그리스도인의 사색과 묵상은 말씀에 대한 깊은 생각과 그 말씀에의 겸손한 순종으로 귀결되어진 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손쉬운 검색에서 벗어나 말씀을 응시하며 음미하는 묵상의 경지로 들어가며 그 말씀이 뜻하는대로 주님의 길을 따라가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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