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대 원조국’ 미국이 돈 끊자 전 세계 구호단체 운영 차질

2025-01-28 (화) 02: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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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87조원 원조사업의 트럼프 정책 부합 여부 평가 위해 90일 중단

▶ 지뢰 제거·에이즈 퇴치·긴급 구호 등 중단…식량은 예외 허용
▶ 최대 美원조 의존국 우크라 타격…이스라엘·이집트만 계속 지원

‘최대 원조국’ 미국이 돈 끊자 전 세계 구호단체 운영 차질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세계 최대 원조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원조 대부분을 일시 중단하면서 미국 도움에 의존하던 여러 국가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간 미국이 지원한 자금으로 운영돼온 세계 곳곳의 구호단체들이 활동을 중단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이 자금 지출을 중단하고 검토에 착수한 해외 원조 사업은 총규모가 600억달러(약 87조원)를 넘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해외 원조 프로그램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부합하는지 평가하는 동안 자금 지출 등을 90일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원조 주무 부처인 국무부가 지난 24일 관련 지출을 동결했다.

2023 회계연도 기준으로 최대 원조 수혜국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미국에서 약 170억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동결 조치로 인도적 구호, 에너지 지원, 반부패 활동, 재향군인 지원 등 여러 사업이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원조 동결로 다수 인도주의 사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 사업이 있다. 우리는 어떤 사업이 중요하고 당장 해결책이 필요한지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공공 재정을 통해 여기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등 군사 지원 대부분은 국방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이번 동결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군사 지원을 추진하는 것도 없다.

이번 동결로 영향받는 군사 지원은 국무부가 담당하는 대외 군사 금융, 국제 군사 교육과 훈련 등이다.


두 번째로 미국 원조를 많이 받는 나라는 이스라엘로 2023 회계연도에 33억달러를 받았다.

이는 군사, 경제, 인도적 지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 국가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면서도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대한 군사 원조는 예외로 했다.

이집트는 요르단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원조 금액인 15억달러를 받았다.

WP는 미국 원조 동결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나이지리아와 다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HIV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예방과 감염자 치료 등을 지원하는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도 국무부의 원조 동결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의 대외 원조 사업을 분야별로 보면 긴급 구호가 142억달러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분쟁·평화·안보 99억달러, HIV·AIDS 50억달러, 운용 비용 43억달러, 기본 보건 21억달러, 환경 보호 21억달러 등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약 139억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는데 이는 유엔이 추적하는 글로벌 인도적 지원에서 가장 큰 비중인 42%를 차지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2024년 전체 자금의 54%에 해당하는 47억달러를 미국에서 받았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미얀마 난민 10만여명이 있는 태국 난민촌의 보건소가 운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긴급 식량 지원 등의 경우 동결 예외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미국이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족 난민 100만여명에 대한 식량 지원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난민 주거지 건설과 보수를 위한 지원은 허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스리랑카 등 세계 곳곳의 지뢰를 제거하는 인도주의 단체에 대한 지원도 중단했다.

미국은 2023년 지뢰 제거에 3억1천만달러를 지원했는데 이는 국제사회 전체 지원액의 39%를 차지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원조 정책은 불안정한 지역과 경제를 안정화하고 다른 나라와 관계를 개선해 미국의 안보에 기여하면 원조에 드는 비용 이상의 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점에 기반을 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과 공화당 의원 다수는 대외 원조 자금을 국내에서 쓰거나 절약해야 한다고 본다.

원조 중단에 부정적인 이들은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해 태평양 도서국들을 지원해왔는데 그런 원조를 중단하면 중국을 견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AP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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